러 "쿠릴섬 개발에 日 불참시 한국에 제안", 대치 격해지는 북방섬

입력 2015-07-26 16:54
러시아 사할린주 당국자가 러·일간 영유권 갈등지역이 있는 쿠릴 열도 개발에 일본이 동참하지 않으면 한국에 참여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러시아 인테프팍스 통신을 인용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내 방일을 앞두고 일본이 북방 4개섬을 의제화하려는 생각이 강한 상황에서, 러시아도 북방섬 소유권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려는 것도 북방섬 반환과 관련한 논의에 방점이 찍혀 있어, 자칫 북방섬과 관련한 양쪽의 대치가 격상될 경우 푸틴의 방일 성사에도 부정적 영향일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올렉 코줴먀코 사할린주 주지사 대행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쿠릴열도 사회-경제 개발을 위한 연방 프로그램 2016∼2025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뒤 “만일 일본 정부가 거부하면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 700억 루블(1조 4105억원) 규모의 이번 쿠릴 개발 프로그램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12만 3000㎡의 주택과 더불어 학교·병원·체육관 등 17개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고, 100km에 달하는 도로의 개보수와 아스팔트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과 러시아는 영유권 갈등지역인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내 일본 방문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다음 달 쿠릴 4개섬 중 하나인 에토로후(擇捉) 섬에 갈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측은 외교 경로를 통해 철회를 종용했다.

한국에 쿠릴 개발 프로젝트 참가를 제안하겠다는 사할린주 주지사 대행의 발언 역시 양측간 신경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서북쪽의 쿠릴열도 가운데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 쿠나시르(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등 남부 4개 섬(쿠릴 4개섬)의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어왔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쿠릴 4개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2차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간 배상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한때 4개 가운데 2개 섬은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일본이 4개 모두 돌려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2개 섬에 대한 반환 협상도 지금은 물건너 간 상황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