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서 물에 빠진 현지인 살리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 김수석씨

입력 2015-07-26 16:27
컴미션 한국본부 제공

‘끊임없이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구하며 주어진 상황에 순종하고 최선을 다해 섬기는 사역이 되기를.’

선교지 방문을 앞둔 한 청년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부탁한 기도 제목이다. 주인공은 지난 5월 5일 선교단체 컴미션을 통해 아프리카 감비아에 단기선교사로 파송된 김수석(23·대전신학대3)씨. 기도 제목에 입각해 사역을 펼치던 김씨는 선교지에서 물에 빠진 현지 여성들을 구하다가 숨졌다.

올 초 제대한 김씨는 4월 단기선교사 경험을 하기 위해 서울 금천구 컴미션 본부를 찾았다. 한 달 과정의 교육을 마친 김씨는 컴미션이 운영하는 감비아의 웨스트 아프리카 미션(WAM)센터로 배치됐다. WAM에는 감비아의 청소년들과 성인 70여명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성경 등을 가르치는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김씨는 교육·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도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11일. 김씨는 WAM 소속 청소년들과 감비아의 칸통 해변을 찾았다. 한창 물놀이를 하던 아이사투(20·여)와 리디아(17·여)가 파도에 휩쓸렸다. 허우적대는 두 사람을 보고 김씨는 바다로 뛰어들었다. 먼저 리디아를 육지 쪽으로 밀어 내 구해냈다. 이후 아이사투에게로 향하던 순간 파도가 덮쳤다.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탈진한 상태였다. 둘은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오지 못했다.

지인들은 김씨를 ‘신실한 청년’이라고 묘사했다. 그가 출석한 충남 논산 강경중앙장로교회 이승남 목사는 “김씨는 부모의 신앙교육을 토대로 성장했고, 교회에서 아동부 교사와 찬양단원으로 섬겼다”며 “그가 자라온 모습을 지켜 본 교회 성도들은 같은 심정으로 애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김씨의 희생을 기억할 수 있도록 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 순직자 지정을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미션 한국본부 박래수 대표는 “김씨는 선교에 대한 비전이 뚜렷했다”며 “교회 등의 후원을 받는 정식선교사와 달리 단기선교사는 자체적으로 선교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김씨는 군 복무할 때 받은 월급과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을 모아 선교비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비록 김씨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지만 그의 희생이 감비아의 신문과 방송에 소개되는 등 현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씨의 시신은 한국으로 옮겨졌으며 25일 충남 논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유가족과 강경중앙장로교회 성도, 대전신학대 동문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예배를 드렸다. 대전신학대는 학교 홈페이지에 ‘고 김수석 학우를 추모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그의 희생을 기렸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