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비중이 커지는 중국 내 상영을 위해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블록버스터 ‘픽셀’. 최근 한국과 북미 등에서 개봉한 영화에서는 외계의 공격으로 인도의 타지마할과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 뉴욕의 맨해튼이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2013년 시나리오 상에는 외계의 공격을 받는 곳이 중국의 만리장성이었다.
하지만 개봉된 영화에서 만리장성은 빠졌다. 중국 검열 통과를 위해 스스로 시나리오를 수정한 것이다. 이 과정은 지난해 해킹된 소니픽처스의 이메일과 문서를 공개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자료실에 담겨 있다. 소니픽처스 중국 대표 리초우는 2013년 12월 본사 임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상영에는 도움이 안돼 불필요하다”며 수정을 요청했다. 결국 만리장성 장면은 빠졌고, 무사히 검열을 통과한 픽셀은 오는 9월 15일 중국에서 개봉하게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26일 전했다.
픽셀과 같은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언맨 3’(2013년)는 중국판에 중국 여배우 판빙빙이 출연한 부분에 대해 상영 시간을 대폭 늘렸다. ‘레드 던’(2012년)의 경우 미국에 침입한 무장 세력의 국적이 아예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뀌었다.
해외 영화의 중국 상영을 위해서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 내 영화국의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장훙선 국장은 지난해 “외국 영화들이 항공모함처럼 하나둘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중국 상영에 목을 매는 이유는 중국 영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흥행 수입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104억 달러(약 647억원)였다. 이에 비해 중국은 48억 달러(약 298억원)로 전년 대비 34%가 성장했다. 중국 상영이 좌절되면 영화사 입장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미군의 영웅담을 담은 ‘캡틴 필립스’(2013년)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소니의 마케팅 담당은 지난해 2월 사내 회람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예상보다 900만 달러(약 105억원)가 부족하다”면서 긴축을 촉구하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스스로 검열하는 할리우드
입력 2015-07-26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