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케냐 방문으로 아프리카가 G2(미국, 중국)의 자원외교 및 경제협력의 각축장으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하면서 ‘가족의 재회’에 초점을 맞춘 언론도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경제협력에 찍혀 있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아프리카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의 빠른 경제성장도 미국이 아프리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오바마, 케냐 대통령과 이견=아프리카 케냐 공무원 아버지와 미국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혈통을 내세워 아프리카와의 연대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아프리카는 성장속도가 빠른 젊은 대륙”이라고 치켜세우고,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글로벌 기업가 정신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동아프리카에서 제2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케냐는 올해 6.5%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산층이 꾸준히 확대되고, 모바일 뱅킹 등 기술혁신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케냐타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견을 노출하는 등 첫 만남이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케냐의 반(反) 동성애법 폐기를 촉구하며 케냐타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만연한 뇌물이 케냐의 빠른 성장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케냐타 대통령은 “미국과 케냐가 공유하지 않는 가치, 우리 문화나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케냐타 대통령이 2007년 케냐 대선 개표부정 시비에 따른 유혈 폭동 과정에서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되자 한 때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취소하는 등 껄끄러운 관계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6~28일에는 에티오피아를 방문한다.
◇앞서가는 중국, 미국을 압도=미국이 뒤늦게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중국에는 훨씬 못 미친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아프리카 간 무역 규모는 2220억 달러(약 259조원)로 같은 기간 미국·아프리카 무역액의 세배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리카 정상들과 만나 미국의 민간기업들이 약속한 아프리카 투자규모가 140억 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이미 2000~2011년에만 750억 달러(약 87조원)를 투자해 미국의 5배가 넘는다.
케냐의 주요 인프라 구축은 거의 중국 자본으로 이뤄졌다. 현재 진행 중인 고속도로 건설이나 철도공사 등은 중국의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가 지난 5월 24일 케냐를 방문해 케냐타 대통령과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단숨에 중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G2 경제협력 각축장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아직은 중국 > 미국
입력 2015-07-26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