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도 모르던 ‘여의도 지하벙커’, 발견 10년 만에 일반에 공개

입력 2015-07-26 15:13 수정 2015-07-26 15:15
연합뉴스 제공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과 정부 요인의 대피 공간으로 쓰기 위해 지은 서울 여의도의 지하벙커가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다. 2005년 지하 벙커의 존재가 확인된 지 10년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밑에서 발견된 지하벙커를 일반에 개방하기로 하고 현재 세부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개방 시점은 광복절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또 “이달 중 ‘여의도 지하 벙커 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 실무 회의를 열었다”면서 “벙커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어 언제 개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벙커는 2005년 4월 시가 버스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지하벙커는 지휘대와 화장실, 기계실이 있는 160평 규모의 공간과 소파, 화장실, 샤워실을 갖춘 20평 규모의 방 등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발견 당시 벙커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시설 관리자가 없어 내시경을 넣어 조사한 끝에 벙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1976년 한 건설사가 국회의사당 앞 지하차도 공사를 하면서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은 지하 시설물 도면 등에 기록돼 있지 않고 수도방위사령부에도 해당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여의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 때 대통령 등 요인들의 비상 대피용 공간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는 발견 이듬해인 2006년 이 벙커를 시민 편의시설로 바꿔 개방하려다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내려져 개방시점을 2010년 이후로 미뤘다.

앞서 서울시는 올 2월 여의도 벙커를 보전해야 할 서울의 미래 유산 350개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