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히 머시!(Jai Masih·예수 승리)”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교회 성도들의 인사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지난 21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 박타푸르 지역 베델교회에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회장 김삼환 목사)·월드디아코니아(WD·이사장 오정현 목사) 방문단 일행이 들어서자 교회 성도들은 방문객들의 목에 꽃목걸이를 일일이 걸어주면서 반갑게 맞았다.
이들 표정에서는 3개월 전 겪었던 지진의 공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교회에는 지진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았다. 지난 4월 25일 오전 11시56분(현지시간). 예배를 드리던 성도 200여명은 교회 건물이 요동치듯 흔들리자 밖으로 뛰쳐나갔다. 설교하던 무쿤다 샤르마(47) 목사도 성도들을 진정시키며 함께 피신했다. 다행히 3층짜리 베델교회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박타푸르 지역은 1934년 대지진으로 한차례 큰 피해를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지진 이후 교회 성도들은 50명 정도 줄었다. 샤르마 목사는 “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2~3층짜리 밀폐된 공간에 머무는 걸 꺼려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조만간 교회 바로 옆에 단층짜리 예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팔주재한국선교사협의회(네팔한국선교사회)와 현지 교계에 따르면 네팔 전역에는 대략 7000곳의 교회가 있다. 지진 발생 이후 현지 교회들의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회가 지진피해 복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현지 교계 인사들은 입을 모은다.
샤르마 목사는 지역 기반의 구호단체인 트랜스포메이션네팔(TNF)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는 “박타푸르 지역 65개 회원 교회뿐 아니라 네팔기독교구호대책본부(DRCC)와도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피해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는 물론 전인(全人)적인 구호에 힘쓰겠다.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카트만두 서북쪽 누와코트 산골마을에 있는 데우랄리 교회. 해발 1500m 고지에 위치한 교회는 지진피해를 입지 않았다. 교회 위쪽 산마루에 있는 데우랄리 초등학교 건물이 반파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교회 랄 바하둘따마 목사는 “지진발생 직후 ‘교회 건물은 안전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여진을 걱정한 많은 주민들이 교회를 찾아왔다”면서 “그들에게 쌀을 나눠주고 피해 가정을 파악해 지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현지 교회의 활동이 한국교회 등 외부에 전해질 수 있었던 건 네팔한국선교사회 공이 크다. 선교사회 소속 회원 220여명은 네팔 전역에서 현지 교회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상황을 한국교회에 전달해 지원의 손길이 닿도록 하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방문한 누와코트 지역의 트리부반·트리슐리 초등학교 교정. 지진으로 교실과 기숙사 건물이 모두 무너졌지만 교정 한 편에는 7칸짜리 임시 교실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발 빠른 복구공사는 현지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의 지원요청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데우랄리 초등학교 역시 한인 선교사의 보고 덕분에 한교봉·WD의 3차 구호활동 대상에 포함됐다.
한교봉·WD가 네팔한국선교사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은 이러한 현지 네트워크 활동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네팔한국선교사회 회장 어준경 선교사는 “지진 발생 직후 한국선교사회는 ‘네팔 주민들의 주택과 학교 복구에 최우선적으로 나서고 교회 복구는 가장 마지막으로 돌리자’고 결의했다”면서 “이런 방침에 전체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진피해 현장을 둘러본 한교봉·WD방문단의 공동상임단장 정성진 목사는 현지에서 가진 긴급좌담회에서 “현지 한인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구호사역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긴급구호와 주택·학교 재건 사역에 이은 한교봉·WD의 향후 4차 구호활동은 피해를 당한 현지 교회들의 복구와 재건사역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와코트·박타푸르=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대지진 3개월 네팔의 희망가(2) 네팔교회 고군분투기
입력 2015-07-26 1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