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파이터 이예지(16·팀제이)는 귀여운 얼굴 속에 악바리 근성을 감추고 있었다.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일본의 베테랑 시나시 사토코(38·인디펜던트)를 상대로 거의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예지는 지난 25일 밤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리세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 FC 024 인 재팬 여성부 계약체중 45㎏급에서 시나시에게 2라운드 4분53초 만에 테크니컬녹아웃(TKO) 패배를 당했다.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테이크다운과 마운트 포지션을 허용하고 수차례 파운딩 펀치를 맞았지만 방어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2라운드로 이어진 그라운드 공방에서 이예지는 파운딩 펀치를 허용했고 심판은 경기 종료를 7초 남기고 중단했다.
이예지는 박지혜(24·팀포마)의 부상으로 시나시의 상대로 대신 출전했다. 이예지에겐 종합격투기 데뷔전이었다. 비록 데뷔전에서 패배했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상대는 스물두 살이나 많은 시나시다. 시나시는 이예지와 싸우기 전까지 32승 2패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이예지는 시나시와 9분53초 동안 싸웠다. 박지혜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차출됐지만 학업을 병행하면서 4교시를 마친 뒤에서야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던 이예지의 부족한 훈련량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시나시는 경기를 마친 뒤 “이예지가 예상한 것보다 체력과 기술이 좋아 놀랐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예지는 유도와 킥복싱을 기반으로 기량을 쌓았다. 신장 155㎝, 체중 45㎏으로 체구는 작지만 유도협회장기와 도민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고 킥복싱 대회에서 1승을 거둔 실력파 유망주다. 이번 데뷔전으로 박정은(19·스트롱울프)의 로드 FC 여성부 최연소 출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예지는 1999년 7월 3일생이다.
격투기 팬들은 26일 SNS에서 “귀여운 얼굴 뒤에 악바리가 숨어 있었다” “싸우기 전에는 아이돌, 싸운 뒤에는 파이터다. 변화가 무섭다” “거리에서 귀엽다고 잘못 말을 걸면 암바를 당한다” “삼촌 팬들의 마음을 녹이는 외모와 실력을 겸비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여고생이 독하네”… 이예지, 日 베테랑에 종료 7초 전까지 저항
입력 2015-07-26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