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35)은 2119일 만에 오른 링에서 중압감에 짓눌렸다. 깨끗하게 매듭짓지 않은 과거의 금전적 문제가 경기를 앞두고 불거진 악재까지 겹쳤다. 불안감이 몰려왔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렸지만 최홍만은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1분 넘게 카를로스 도요타(44·브라질)와 링 주변을 배회하며 탐색전만 벌였다. 두 달 넘게 구슬땀을 쏟으며 준비한 니킥은 시도하지 못했다. 타격조차 없었다.
카를로스는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1라운드 1분19초를 넘어설 때쯤이었다. 카를로스는 그라운드 기술 위주의 브라질 무술 주짓수로 기량을 쌓았지만 펀치를 날리며 최홍만을 몰아세웠다. 최홍만도 뒤늦게 펀치로 응수하며 반격했다. 하지만 최홍만은 이미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카를로스는 타격 중 미끄러져 넘어졌다 일어서면서 최홍만의 안면으로 펀치를 날렸다. 최홍만은 카를로스의 세 번째 펀치가 안면을 강타한 순간 쓰러졌다. 카를로스가 공격을 시작하고 10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카를로스는 환호했다. 그 뒤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쓰러진 최홍만이 있었다.
최홍만은 지난 25일 밤 일본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 FC 024 인 재팬 무제한급에서 카를로스에게 1라운드 1분27초 만에 녹아웃(KO) 패를 당했다. 1라운드는커녕 2분도 버티지 못했다. 실제로 타격이 이뤄진 시간을 감안하면 승부가 갈린 시간은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최홍만의 완패였다.
최홍만에게는 경기 전부터 압박에 시달렸다. 사기 혐의 사건의 검찰 송치가 경기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밝혀지면서 심적 압박을 받았다. 2009년 10월 6일 일본 종합격투기 드림 11 페더급 그랑프리 파이널매치에서 미노와 이쿠히사(일본)에게 패하고 6년 만에 링으로 복귀한 중압감도 최홍만을 강하게 압박했다. 최홍만은 “잠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신장 217㎝, 체중 140㎏의 거구 최홍만이 27㎝나 작지만 연령은 아홉 살이나 많은 카를로스에게 맞아 무기력하게 쓰러진 모습은 격투기 팬들에게 작지 않은 실망감을 안겼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격려보다 야유가 쏟아진 이유다.
격투기 팬들은 26일 SNS에서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경기였다” “크리스마스 이벤트 매치인 줄 알았다” “카를로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경기였는가” “최홍만이 6년 만에 복귀한다고 몇 달 동안 떠들썩했지만 경기는 2분도 안 돼 끝났다” “화도 나지 않았다. 최홍만이 안쓰러웠다”고 했다.
심적 압박을 호소한 최홍만의 자책은 비난 여론을 키웠다. 한 팬은 “펀치 몇 차례에 쓰러진 경기력은 준비 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심적 압박을 졸전의 이유로 앞세우는 태도는 격투가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안쓰럽다, 최홍만”… 빙빙 돌다 타격 10초 만에 픽! 실신
입력 2015-07-26 11:34 수정 2015-07-26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