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소장 문화재급 24만점, 문화재청 소유로 넘어가

입력 2015-07-26 07:47
서울대가 소장한 문화재급 사료(史料)의 소유권이 대부분 문화재청으로 넘어간다. 서울대는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바뀐 후 이 자료의 소유권을 놓고 문화재청과 줄다리기를 해 왔다.

26일 서울대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 대학 규장각, 박물관, 중앙도서관에 소장된 문화재급 사료 25만4천여점의 소유권에 대해 문화재청과 최근 합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협약서를 작성 중이다. 24만여점의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넘어가는 대신 서울대가 이를 위탁관리하는 형식이다. 나머지 1만1천여점은 서울대가 무상양도받기로 했다.

두 기관은 서울대 법인화 후 대학이 보유하고 있던 고문서와 지도, 그림 등 사료 소유권과 관리 주체를 두고 옥신각신해왔다. 문화재청은 법인화된 서울대는 국가기관이 아니기에 서울대가 보관한 모든 자료의 소유권을 문화재청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국유재산을 무상양도받도록 한 법인화법의 취지에 따라, 국보 7천여점, 보물 150여점 등 총 7천200여점의 지정 문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자료를 무상양도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대가 보유한 국보 중 대표적인 것은 규장각에 있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으로, 이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규장각에 있는 보물은 대동여지도와 용비어천가 권 1·2 등이 있다. 박물관에도 곤여만국전도, 독서당계회도, 신위 해서 천자문 등 다수 보물이 있다.

서울대가 무상양도받는 사료 1만1천여점은 서울대에 기부된 도서 중 지정문화재를 제외한 6천380여점과, 박물관에 있던 고(古)도서 중 문화재적 가치가 적은 4천100여점 등이다. 가까스로 합의를 봤지만, 서울대는 교내외 연구자들이 앞으로 이 사료를 활용하는 데 제한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협약서는 5년마다 갱신하게 돼 있는데, 원칙적으로 문화재청이 ‘서울대가 교육,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문화재를 활용한다’고 판단하면 관리권을 해지할 수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육이나 연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호해 종전보다 사료를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는 명목상 조항일 뿐, 서울대가 관리하는 문화재를 다른 곳에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보 제151-3호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74권은 예외적으로 위탁에서 제외돼, 협약 체결이 끝나는 대로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 전시된다. 오대산 사고본은 일부는 일제강점기 경성제대 시절 일본에서 이관받고, 일부는 2006년 서울대가 동경대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이미 규장각에 정족산 사고본이 있어 조선시대 사고 제도 운용 취지에 맞게 분산 보관하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