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최동훈 감독 고심의 139분… 감성퀸의 이성적 리뷰

입력 2015-07-26 01:33
희(熹·기쁨) ★★☆☆☆
로(怒·화남) ★★★★☆
애(哀·슬픔) ★★★☆☆
락(樂·신남) ★☆☆☆☆
평: 어려운 시대극에 멀티 캐스팅… 감독님 애쓰셨습니다.

영화 ‘암살’에는 최동훈 감독의 고심(苦心)이 묻어난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서사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놓칠 순 없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이 아닌가. 스토리 안에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하려 애를 썼다.

일제에 저항하는 독립군의 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그 위에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그럴 듯하게 엮어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장인 백범 김구(김홍파)와 김원봉(조승우)가 손을 잡고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계획을 짠다.

김구의 신임을 받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이 행동대장을 맡았다. 독립군 제3지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과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을 불러 모아 암살단을 꾸린다. 이들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경성으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시대극의 흔한 내러티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군 밀정 노릇을 하는 염석진의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뭔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안옥윤 출생의 비밀은 후반부 전개를 끌어간다.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과 영감(오달수)은 이야기를 좀 더 풍성하게 한다.

최 감독은 1년간 쓴 시나리오를 폐기처분하고 처음부터 새로 쓸 만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다. 시나리오 작업이 왜 그리 힘들었을지 대략 짐작은 간다. 단순한 역사를 그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 애국, 의리, 배신은 물론 가족애와 로맨스까지 담았다.

많은 걸 다루려다 보니 내용은 장황해졌다. 특히 일부 중심인물의 전사를 다루는 데 너무 힘을 쏟았다. 프롤로그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개는 예상 가능하게 흐르다 진부하게 끝난다. 상영시간 139분이 길었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물론 이는 최 감독의 뚝심이었다.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 기어코 마침표를 찍었다. 그 안에서 인물을 다룰 줄 아는 최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했다. 비록 평면적이나 각각의 색깔만은 잃지 않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름값을 했다. 장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지현은 단연 매력적이다.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피를 묻히고 총 쏘는 모습은 남성들의 판타지 그 자체다.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정재는 후반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경영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은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조승우 김해숙 등 카메오까지 완벽하다.

전지현이 남심을 뒤흔들었다면 여심은 하정우의 몫이었다. 이름부터 왠지 로맨틱한 하와이 피스톨은 처연한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지점은 대부분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다. 전지현과의 케미는 역시나 훌륭하다. ‘베를린’(2012)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것만으로 이 영화를 볼 이유가 된다.

상하이 밤거리나 폭발신 등 화려한 볼거리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순제작비만 180억원이 들었다. 15세 이상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