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이 23일 ‘아버지의 나라' 케냐로 떠나면서 그에 기억에 흔적만 남은 부친과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케냐 방문은 대통령 취임 후 첫음이다. 유년시절 함께 하지 못해 빈 공간으로 남은 그의 뿌리찾기가 성사될지 관심을 모은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버지를 마지막 본 것은 10살 때인 1971년 이었다. 하와이 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아버지는 캔자스 출신의 백인 스탠리 앤 던햄과 만나 결혼해 오바마를 낳았다.
하지만, 부부관계는 2년 만에 끝났고 오바마 시니어는 하버드 대학으로 유학, 아들 곁을 떠났다.
케냐의 경제공무원으로 일했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을 앓던 중 46세인 1982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The Hill)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케냐 여행에서 정말 기대되는 것은 가족 관계의 구축”이라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그가 거의 알지 못하는 복잡한 남자 오바마 시니어와의 관계가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후 여러 차례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회한을 드러냈낸 바 있다.
그는 2008년 ‘아버지의 날’ 연설에서 아버지 없이 자란 것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가도록 채찍질했다면서도 “아버지의 부재라는 사이클을 끊고, 내 딸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는게 나의 의무라고 결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그의 저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라는 회고록에서 “내 자신 속에서 추구했던 마틴 루터킹이나 말콤 엑스, 넬슨 만델라 등의 속성은 아프리카의 아들이자 흑인인 내 아버지의 이미지를 통해서다”라고 고백했다.
그가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유색 아동들을 지원하는 정책인 ‘내 형제의 보호자’(My Brother's Keeper) 프로그램을 강화한데 이어 퇴임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기로 한 것도 이런 가족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희망과 언론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의 이번 케냐 방문에서 뿌리찾기가 성공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만 머물기 때문이다. 그의 조상 마을 코겔로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기대하며 새 단장을 마친 부친의 묘지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친척들을 만나거나 연설을 통해 부친 등 가족사에 대해 언급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아우마 오바마는 지난주 CNN에 출연해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잘 됐다. 너는 오바마다'라며 매우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
케냐로 간 오바마, 기억에 희미한 아버지 흔적 찾기 성공할까
입력 2015-07-25 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