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국 총영사관의 보호를 받다가 강제 북송된 탈북자 일가의 남한 가족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성구)는 국군포로 이강산(북에서 사망)씨의 남측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1심은 “국가가 원고들에게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납북됐다. 그의 북측 가족 3명은 2006년 탈북해 중국에 불법체류하며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중국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밝혔다. 영사관 직원은 이들을 영사관 근처의 민박집에 머물게 했다.
그러던 중 다른 탈북자들이 선양의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공안당국의 대대적인 검문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북측 가족도 검거돼 중국 단둥에 억류됐다가 북송됐다. 북측 가족의 생사는 지금까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씨의 남측 가족은 국가가 국군포로 가족의 보호를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국군포로 또는 그 가족이 억류지를 벗어나 귀환을 목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요청할 때에는 국가가 바로 조치해야 함에도 안이한 신병처리로 이씨의 북측 가족이 북송되게 해 정신적 고통을 입혔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돌발적으로 발생한 미국대사관 진입사건 이후 중국 측 일제 검문으로 이씨 가족이 검거돼 담당 공무원들이 검거를 방지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영사관 직원이 마련해 준 임시거처는 이전에도 국군포로 탈북자들의 안전가옥으로 이용돼 무사히 한국에 입국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 가족이 검거된 직후 정부는 주중국 대사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에 알리고 한국 송환을 요청하는 등 북송 방지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국가의 보호조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한국 영사관 관리받다 ‘강제북송’된 탈북자…법원 “국가 책임 없다”
입력 2015-07-24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