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역사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에 매각된다는 발표에 현지 언론계가 충격에 빠졌다고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전했다.
FT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함께 세계 양대 경제일간으로 꼽혀왔다. 살구색 종이의 FT는 런던 거리 매점 판매대의 ‘얼굴’ 역할을 해왔다. 앞서 영국 교육·미디어기업인 피어슨은 23일 FT를 8억44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닛케이의 인수가격은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가 2013년 8월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 냈던 2억5000만달러(2900억원)의 5배에 달한다.
발표가 나오자 FT 기자들이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한 기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됐으며 내부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만한 충분한 시간도 없었기에 당혹스럽다”고 불안해했다.
FT도 자사 소식을 미디어면에 다루면서 “인수 경쟁자였던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는 지난해부터 인수를 준비해왔지만 닛케이는 불과 5주 전부터 인수에 착수해왔다”며 갑작스런 인수를 부각시켰다.
영국 언론노조 역시 성명을 통해 “너무 빠른 인수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며 “닛케이측이 편집권 독립과 현행 근로조건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 로라 데이비슨 위원장은 “평온했던 하루가 갑작스런 발표에 대혼란을 야기했다”며 “FT의 국제적 명성을 유지하려면 닛케이가 저널리즘과 기자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려가 쏟아지자 닛케이그룹 키타 츠네오 CEO는 “우리 역시 FT와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불편부당함에 치우치지 않는 저널리즘 가치를 견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FT 매각에 영국 언론계 당혹
입력 2015-07-24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