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혁오를 두고 표절 논쟁이 일었다. 의혹이 제기된 곡의 대부분은 혁오의 프런트맨 오혁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던 독일 밴드 The Whitest Boy Alive(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의 노래였던 탓에 표절 의심도 증폭됐다. 소속사 측은 “(표절은)시기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속히 논란을 일축했다. 하루 사이에 벌어진 표절 의혹 사건의 기승전결을 살펴본다.
#1. 발단
최근 몇몇 네티즌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혁오의 노래에 표절 논쟁을 벌여 왔다. 이들은 The Whitest Boy Alive의 ‘1517’과 혁오의 ‘Lonely’가 유사하다며 두 곡을 비교 선상에 올렸으나 당시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간 혁오에게 제기됐던 표절 의혹들을 모두 정리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위에서 언급한 곡 외에도 Yumi Zouma(유미 조우마)의 ‘Dodi’와 혁오의 ‘Panda Bear’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혁오가 프라이머리와 협업한 곡 ‘Island’는 스웨덴의 래퍼 겸 프로듀서 Yung Lean(영 린)의 ‘베이퍼 웨이브’ 콘셉트를 베꼈다고 지적했다.
또 혁오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오혁은 몸에 The Whitest Boy Alive 멤버 얼렌드 오여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길 만큼 그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 이로 인해 표절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졌다.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밴드다 보니 무의식중에 따라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다.
#2. 전개
혁오가 표절했다고 의심되는 곡들을 정리한 글은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확산됐다. 게다가 최근 혁오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크게 인기를 얻은 터라 논란은 거세졌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이미 유행 끝물인 것을 가져다가 쿨하다고 포장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베꼈다” “영향을 받은 수준을 넘어섰다” “너무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에 힘을 싣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인디밴드 죽이기 아니냐” “인기가 많아지니 잡음이 따른다” “이건 진짜 장르적 특성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코드가 어딨다고 조금만 비슷하면 표절이라고 하나”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3. 절정
혁오의 소속사 하이그라운드는 발 빠르게 입장을 표명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소속사 측은 “우선 아티스트가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한 노래가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운을 뗀 뒤 가장 표절 의혹이 심하게 일었던 두 곡을 언급했다.
먼저 The Whitest Boy Alive의 ‘1517’과 비슷하다고 지적이 나온 혁오의 ‘Lonely’에 대해 설명했다. 혁오가 지난 3월 The Whitest Boy Alive의 내한 당시 오프닝 무대에서 ‘Lonely’를 선보였으며, 이들로부터 좋은 감상평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소속사 측은 ‘Panda Bear’의 경우 Yumi Zouma의 ‘Dodi’보다 2개월 먼저 발표됐기 때문에 해당 곡을 표절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속한 해명에 네티즌들도 혁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표절 의혹곡 부른 밴드 앞에서 공연했고 칭찬까지 받았는데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얼렌드 오여도 괜찮다잖아” “혁오 인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는 등의 응원이 쏟아졌다.
#4. 결말
그러나 아직 의문은 남아 있다. 소속사가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곡은 ‘Lonely'와 ‘Panda Bear’ 뿐이다. 네티즌들은 “다른 곡에 제기된 의혹에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음악적·법적으로 표절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지만 혁오의 독창성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발 빠른 음악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밴드 혁오는 데뷔 1년 만에 각종 음악페스티벌 섭외 1순위가 됐다. 또 ‘무한도전’에 출연한 후에는 ‘위잉위잉’ ‘와리가리’ 등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제 막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밴드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불거진 표절 의혹이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혁오가 이 논란을 딛고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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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효진 기자 surplus@kmib.co.kr
당사자도 괜찮다던데…혁오 표절 논란 총정리
입력 2015-07-24 15:37 수정 2015-07-24 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