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무죄판결 대가 ‘성공보수금’은 수임 약정에서 ‘무효’

입력 2015-07-24 15:59

형사사건에서 석방이나 무죄 판결의 대가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성공보수금을 받는 수임 약정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키면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착수금+성공보수금’ 체제로 정착돼 있는 변호사 보수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판·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의 거액 성공보수금이 문제가 돼온 터여서 이번 판결을 대법원의 전관예우 타파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4일 허모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형사사건에 관해 체결되는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은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어긋나 무효”라고 밝혔다. 대법관 13명 만장일치 결정이다. 허씨는 부친의 변호사로 선임된 조씨가 성공보수금으로 받아간 1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은 4000만원을 돌려주라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성공보수금을 인정해 왔던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변호사가 수사·재판 담당자에게 직·간접 영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보수금에는 판사나 검사에 대한 청탁비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란 인식이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도 하다. 더 근본적으로 수사·재판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성공’으로 보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려는 대법원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판결”이라고 평했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단체는 반발했다. 하지만 변호사 사이에서도 이번 판결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