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스캔들 이후 처음 고개 숙여 공식 사과 "죄송합니다" '협녀' 제작보고회

입력 2015-07-24 14:07
한류스타 이병헌(45)이 ‘협박 사건’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병헌은 2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제작보고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전도연 등 다른 배우들에 앞서 무대에 올라 “어떤 말씀을 드릴까 미국에서 촬영하면서도 매일매일 고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배우 이병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관심 덕분”이라며 “큰 실망을 드리고 뉘우치는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때보다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큰 실망감이 몇 번의 사과나 시간으로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늘 죄송한 마음을 가지면서 잊지 않고 많은 분에게 드린 상처와 실망감을 갚아나가려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께 영화작업을 했던 스태프들과 관계자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어떤 비난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도 내 책임”이라며 “나 때문에 그분들의 노고가 가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8월 13일 개봉되는 사극 ‘협녀, 칼의 기억’에서 천민으로 태어나 최고 권력을 꿈꾸는 유백 역을 연기했다. 현재는 할리우드에서 ‘황야의 7인’을 촬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두 여성으로부터 50억원을 주지 않으면 함께 술을 마시며 찍어놓은 음담패설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두 여성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이병헌이 승소했으나 아내(이민정)가 있는 유부남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협녀, 칼의 기억’은 이병헌과 ‘칸의 여왕’ 전도연이 ‘내 마음의 풍금’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춘 무협 사극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등으로 호평 받은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한국 영화 평균의 두 배가량인 순제작비 9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지난해 2월 촬영이 종료돼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작년 말이나 올해 초가 돼야 했을 이 영화 개봉은 ‘이병헌 스캔들’ 여파로 미뤄지다가 내달 13일로 확정됐다.

전도연은 제작보고회에서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이병헌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연습을 정말 많이 한 게 맞느냐’고 혼나 연습을 더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이병헌은 ”제가 액션을 잘한다는 소리로 들리지만, 사실 제 대역을 맡은 분이 ‘지.아이.조’ 보고 기대했다가 저한테 실망했다고 할 정도로 잘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하게 받았다.

‘협녀’는 이병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축이 되는 작품인 만큼 개봉 이후 성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 말을 무대로 한 이 영화는 천민 출신이나 검술과 야심을 바탕으로 권력자가 된 유백(이병헌)과 눈먼 검객 월소(전도연), 부모의 원수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홍이(김고은)가 펼치는 이야기다.

박흥식 감독은 “재미있고 진한, 호쾌함과 무게감을 다 가진 영화이니 많이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김고은도 “이제까지 개봉한 영화가 다 대작과 붙어서 원래 그런 줄 알았다”고 하고 전도연도 “큰 영화들이 많기는 하지만, ‘협녀’는 무협영화이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