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확 튀는 저곳에 임산부가 앉으라구?” 지하철 새 좌석 ‘시끌’

입력 2015-07-24 00:43
벽면과 의자, 바닥까지 분홍색으로 꾸며진 새 임산부 배려석. 서울시 제공
벽면과 의자, 바닥까지 분홍색으로 꾸며진 새 임산부 배려석.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새롭게 바뀐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을 공개했다. 서울시의 의도대로 ‘승객들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임산부도 앉지 못할 만큼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시 지하철은 열차 한 칸 당 두 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운영하고 있다. ‘임산부 먼저’라는 스티커를 좌석 위에 부착했을 뿐 일반 좌석과 큰 차이가 없다.

이에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시민의식 개선을 위해 좀 더 분명한 표시와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들어오자 서울시는 새 단장한 임산부 배려석을 23일 공개했다. 벽면부터 의자, 바닥까지 모두 분홍색으로 연출한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분홍색 의자에는 임신한 여성을 형상화한 픽토그램이 패턴처럼 박혀있고 바닥에 붙은 스티커에는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장이 써있다. 좌석 위에 부착된 분홍색 앰블럼도 눈에 띄게 커졌다.

네티즌들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반 승객은 물론 임산부조차 앉기 꺼려할 것 같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얼마나 양보하지 않으면 저런 걸 만들었을까”라며 씁쓸해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좋은 의도인데 디자인이 좀 부담스럽네요.”

“의도는 나쁘지 않은데 뭔가 이상해요.”

“완전 화려하다. 뭔가 부끄러워서 못 앉을 듯.”

“너무 민망한 배려석이야.”

“산모가 보기에도 부담스러워요.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요.”

“저렇게까지 해야 겨우 배려 받을 수 있다니….”

한 네티즌은 “디자인이 엄청나게 튀지만 이렇게라도 안 해주면 우리나라에서 임산부는 자리 양보받기 정말 힘들다. 만삭인데 노약자석에 앉아있어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인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바꿔야할 건 의자가 아니라 시민의식 아닌가요”라고 꼬집기도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