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전달했다는 자와 받지 않았다는 자, 누구 말이 진실일까.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기소된 홍준표(61) 경남지사 측이 첫 재판에서 불법자금 1억원 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1억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돈을 건넨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23일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홍 지사 측 변호인은 “윤씨에게 1억원을 받은 일이 없다. 국회에서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윤씨 변호인은 “홍 지사에게 악감정이나 유감은 전혀 없지만, 그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맞섰다. 홍 지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707호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씨로부터 쇼핑백에 든 1억원을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건네받았다’는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변호인 측은 “돈 받은 날짜가 6월 중 언제인지 특정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는 (범행 일시를) 두 달여 기간으로 범위만 밝혀도 특정된 걸로 인정한다. 피고인 방어권에 문제는 없다”고 답했다. 또 “오래 전 일이라 윤씨조차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특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사 당시 ‘범행 일시는 재판 전략상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했던 검찰이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읽힌다. 재판장이 “6월 19일은 홍 지사가 당대표 입후보를 공식 선언한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 전인지, 후인지 특정하는 것도 곤란하냐”고 묻자, 검찰은 “다음 기일에 그 정도는 특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명을 내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성완종 리스트’ 재판부를 재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재판장인 엄상필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이상원 변호사를 선임했다. 홍 지사 역시 재판장인 현용선 부장판사와 연수원 동기(24기)인 이철의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논란이 일자 이날 선임을 취소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홍준표 첫 공판
입력 2015-07-23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