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내 ‘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마을 민·관협력으로 35년 만에 새단장한다

입력 2015-07-23 20:22
23일 오후 경기 파주시 DMZ 내 대성동마을에서 ‘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 프로젝트’ 관계기관 협약식이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송영태 한국해비타트 상임대표,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 김동구 대성동마을 이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이재홍 파주시장. 행정자치부 제공
대성동마을 중앙에 있는 마을회관 옥상에서 내려다 본 마을 전경.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숲 너머로 북한쪽 DMZ 내에 있는 기정동마을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대성동마을 주택. 정부가 지어줘 개인 소유가 아닌 이 집들은 1980년 주택개량 이후 보수를 하지 않아 노후화돼 있다.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유일한 마을로 35년 동안 개발이 멈췄던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 민·관 협력으로 새 단장을 한다.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에 있는 이 마을은 40여가구 200여명의 주민들이 주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에 따라 DMZ 공동경비구역(JSA) 남쪽에는 대성동마을이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쪽에는 기정동마을이 들어섰다. 남북분단의 산물이자 상징인 대성동마을은 유엔사령부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는 ‘외딴섬’이다. 1978~80년 정부 주도의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주택개량이 이루어진 것을 마지막으로 개발에서 오랫동안 소외됐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지어준 주택은 점점 노후화됐고 상하수도와 도로, 통신 등 기반시설도 열악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대성동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민·관이 힘을 합쳤다. 마을주민이 주체가 되고 전문가와 기업, 정부와 지자체,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23일 오후 대성동마을에서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이재홍 파주시장,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한국해비타트 LH 새마을금고중앙회 청호나이스 KT K&G 등 7개 민간단체·기업 관계자,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성동 프로젝트 관계기관 협약식이 열렸다.

프로젝트 자문위원장인 정진국 한양대 교수는 대성동마을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삶의 터전으로서 마을의 자연성을 회복하고 더 이상 육지 속의 고립된 섬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대성동마을은 본격적인 새 단장에 들어간다. KT의 지원으로 기존 마을회관 일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만든 최첨단 ‘기가(GiGA) 사랑방’이 이날 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마을 공회당은 마을기록전시관으로 탈바꿈해 연내에 개관할 예정이다. 또 향후 2~3년에 걸쳐 노후주택을 보수하고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마을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총 사업비는 50억원가량으로 정부와 지자체 예산, 기업·단체의 후원, 주민 자부담 등으로 충당되지만 프로젝트에 국민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성금 모금 캠페인도 병행한다.

기반시설 등은 행자부, 지역발전위원회 등 중앙부처와 경기도, 파주시 등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LH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노후주택 보수 자금을, KT&G는 노후주택 창호교체를 지원한다. 청호나이스는 자사에서 생산하는 비데, 제습기 등 생활편익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해비타트는 국민성금 모금을 주관한다. 홈페이지(www.habitat.or.kr)에 접속하면 대성동마을 노후주택 보수 비용을 기부할 수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DMZ 정보 포털 디엠지기(www.dmz.go.kr)에서는 재능과 현물 기부를 받는다. 네이버도 대성동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온라인 기부포털 ‘해피빈’을 통해 모금활동에 나선다.

대성동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강연 등을 진행하는 ‘교육 재능기부·멘토링 사업’도 추진된다.

행자부는 마을 주민들이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임진강에서 농업용수를 끌어 올 수 있는 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대성동마을이 ‘통일맞이 첫마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기관에 주민을 대표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주민들도 프로젝트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파주=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