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취준생들 채용 갑질 오와하라에 울상

입력 2015-07-23 17:18
유튜브 캡처

일본 젊은이들이 기업들의 채용 ‘갑질’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 입사를 앞둔 취업 준비생들에게 기업이 구직활동을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오와하라’가 많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23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오와하라(オワハラ)’란 ‘마치다(卒)’는 의미의 ‘오와’와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준말 ‘하라(harassment)’가 결합해서 생긴 신조어로 ‘(구직 활동을) 끝내라는 괴롭힘’을 의미한다. ‘지금 뽑아줄 테니 졸업 때까지 더 이상 구직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서약서를 쓰라’고 요구하거나, ‘취업포털 사이트 회원 탈퇴’를 강요하는 것은 약과다. 심지어 인사팀 직원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다른 회사 면접은 보러 가지 않겠다고 지금 전화로 연락하라’고 강요한 경우도 있다.

지난달 일본의 취업정보업체 ‘디스코’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취직자의 12.9%가 오와하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일본의 직장가에서 유행했던 ‘마타하라(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여성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이어 올해 오와하라가 신종 유행어로 등극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대학가는 비상이 걸렸다. 대학에서 열린 취업 세미나에서도 “(기업) 합격 이후에도 취업을 계속하려면 기업에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기업에 내정 승낙서를 내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들이 줄을 잇는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런 오와하라가 널리 확산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고용지표가 개선된 데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엔저에 힘입은 리쇼어링 정책(국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이 성과를 거두면서 청년 실업률이 감소했다. 올해 봄 일본 대졸자 취업률은 97%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여러 직장에 합격하는 구직자들이 많아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애써 채용해놓은 인재가 다른 회사로 떠나는 리스크가 높아진 것. 특히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인구구조 상 산업 현장에서 젊은 인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에 기업들도 신입사원의 이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취업시장이 과열되면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일본 정부는게이단렌(일본의 경영자 단체)을 통해 통상 4월부터 시작되는 주요 대기업들의 면접 일정을 여름 방학 이후인 8월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이에 따라 채용 면접 일정을 8월 이후로 미뤘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은 예정대로 봄에 채용을 진행했다. 이미 채용을 진행한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대기업으로의 인력 유출을 우려해 취업자들의 구직활동을 막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 문제 전문 변호사인 사사키 료는 “이러한 행위들은 학생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으며, 자민당 의원인 고바야시 후미아키는 유튜브에 “직업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인 만큼 기업 인사부에 휘둘리지 말라”는 조언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