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예술계 젖줄… 문예기금 고갈 위기

입력 2015-07-23 19:05
서울문화재단을 비롯한 전국시도문화재단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연습실에서 ‘문예진흥기금 고갈과 지역발전특별회계 전환편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갖고 있다. 앞으로 광주·대구·청주 등에서도 관련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한국 문화예술계의 젖줄 역할을 해온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이 2017년 완전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재원이 마련되지 않아 문화예술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초예술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한 재원인 문예기금은 1973년 공연장, 영화관, 문화재 등의 입장료에 일정 비율을 부가해 징수하는 방식으로 조성되기 시작됐다. 하지만 2003년 말 모금이 중단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적립금 이자수입 외에 원금을 헐어 써왔다. 문화예술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2003년 360억원이었던 기초예술 활성화 사업비는 2007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에는 1817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04년 5273억원이었던 문예기금 적립금은 2014년 154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박근혜정부에서 문화재정 2% 확충 공약과 문화융성정책 사업비로 대거 투입되면서 고갈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지난해 지출규모라면 올해 말 920억원, 2016년 말에는 151억원으로 줄어 2017년에는 문예기금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게 불가능하게 된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기금이 전액 소진된 후 일반회계 예산으로 예술위 사업을 보전해줄 계획이다. 그러나 1000억 원 이상을 예술위에 편성해 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체부 김상옥 예술국장은 “우선 중복되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통·폐합해서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면서 대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문예기금 고갈은 모금이 중단되면서부터 우려돼 왔다. 하지만 예술위나 정부는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난해부터 재원 확충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문예기금을 국고로 출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현재 재원 확충 TF에서 희망하는 대안은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카지노업 매출액의 2%를 문예기금 출연하는 것이다. 경륜과 경정 수입 가운데 일부가 문예기금으로 적립되는 것처럼, 카지노 수입을 공공재인 기초예술에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2016년 기준으로 연간 621억원 정도를 충당할 수 있지만 관련 업계 등의 반발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문예기금에서 배분되던 지역문화예술 지원사업 예산을 국고의 지역협력형사업 지역발전특별회계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국시도문화재단 대표자들이 참석한 문화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문예기금이 아닌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이전될 때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고유 목적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스럽다”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순수 문화예술 지원의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집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