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품시장에서 원자재와 곡물 등 상품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미국을 제외한 중국과 유럽, 아시아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주요 산업 소재인 금과 구리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당분간 국제경제 상황이 크게 달라질 기미도 없어 ‘하향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2일(현지시간) 9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67달러(3.3%) 떨어진 49.19달러로 마감됐다. 재고 증가에다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더 떨어졌다. 유가가 5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월 2일 이후 처음이다.
금 가격도 10영업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2달러(1.1%) 낮아진 1091.50달러로 장을 마쳤다. 2010년 3월 24일 이후 최저치다. 금값 하락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달러화에 투자하기 위해 자금이 이탈한 데다 국제 리스크 감소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3개월물 구리는 전날 대비 t당 116달러(2.12%) 하락한 536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24.2%나 떨어진 것이다. 산업계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는 구리가 급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 경기가 안 좋다는 의미다. 특히 구리 수요 1위인 중국 경제의 퇴조 영향이 크다.
원자재와 함께 곡물시장에서는 밀과 대두, 옥수수 가격이 줄줄이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물 밀은 전장 대비 부셸당 8센트(1.52%) 밀린 5.1675달러를 기록했다.
강달러가 이어지는 한 상품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상품거래 전문가인 데니스 가트먼은 미 CNBC 방송에 나와 “지금은 몇몇이 아니라 상품 전체가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달러가 강해도 너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까지 올릴 경우 상품시장은 더욱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상품 수출 비중이 높은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국제 상품가격 일제히 하향세, 더 떨어질수도
입력 2015-07-23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