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이 안보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일본이 격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전국 1000곳에서 규탄시위가 잇따르는가하면 학자들과 대학생들은 안보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터넷에서는 특히 일본 교토대 학생들의 성명서가 화제를 모았는데요. 시적이면서도 아베 정권을 통렬히 비판했다는 평가입니다. 24일 한중일 삼국지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교토대 뜻이 있는 모임(自由と平和のための京大有志の會)’은 최근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전세계 주요 17개국 언어로 된 성명서를 발표하고 아베 정권의 폭주를 맹비난했습니다.
한글로 된 페이지에는 “안보법제와 언론을 억압하는 발언, 대학교에서 기미가요 강제 등 아베 신조 정권은 평화를 파괴하고, 학문을 우롱하고, 헌법을 유린해왔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교토대 뜻이 있는 모임은 아베 정권의 어리석은 짓을 막고 신시대의 자유와 평화를 창조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학생, 직원, 교원들이 공부 모임이나 집회를 통해서 함께 토론하면서 교토에서 정보를 발신하고자 합니다. 2015년 9월 1일에 교토대학 서부강당에서 안보법제 반대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들은 또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게 사설이 아닌 시 형태로 돼있습니다.
전쟁은 방위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전쟁은 무기 산업을 살찌울 뿐이다.
전쟁은 곧 제어할 방법이 없게 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것이 더 어렵다.
전쟁은 군인뿐만 아니라 노인들이나 아이들에게도 재앙을 가져온다.
전쟁은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정신은 조작할 대상이 아니다.
생명은 누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는 기지로 파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늘이 전투기의 폭음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피 흘리는 것을 공헌으로 여기는 나라보다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특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
학문은 전쟁의 무기가 아니다.
학문은 돈 버는 도구가 아니다.
학문은 권력의 노예가 아니다.
삶의 터전과 사고의 자유를 지키고, 창조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오만한 권력에 쐐기를 박는다.
교토대 학생들의 성명서에 우리 네티즌들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렇게 깨어 있는 학생들이 있다니, 다행이다.”
“성명서가 시 같다. 멋지다.”
“전쟁은 노인들이 일으키고 피는 젊은이들이 흘린다.”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대체로 우리와 비슷합니다. 일부 넷우익들조차 군대가기 싫다며 아베 정권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전쟁 나면 죽는다. 싫다.”
“적이 상륙하면 끝이다. 적이 도쿄에 미사일을 뿌리고 원전을 공격하면?”
“일본은 이제 잘난 척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이제 그만 과시하자.”
“왜? 넷우익들 뜻대로 됐는데 지금 와서 죽는 소리하나.”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한중일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네티즌들의 상대국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담는 코너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던 한중일. 21세기 인터넷 시대에도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