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6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초 로봇’이 공개된 지 10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잡초가 아닌 모를 뽑고 있는 로봇을 보며 농민들은 “줘도 못쓴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2일 충남 당진 대호간척지에서 무인 제초로봇 현장시연회를 열었다. 사람보다 16배 빨리 잡초를 뽑는다는 이 로봇은 2012년부터 6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이다. 컴퓨터가 GPS 좌표를 기초로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고, 레이저 센서가 모를 감지해 잡초만 골라서 제거한다.
하지만 이날 제초로봇은 10분 만에 논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 기어를 다시 넣고 배터리를 갈아 끼워도 움직이다 멈추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3시간 만에 수리가 끝났지만 이번엔 잡초가 아닌 모를 뭉개고 지나갔다.
소형으로 제작된 모델도 마찬가지였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뿐 아니라 지나간 자리에 잡초가 무성했다.
엉터리 시연회를 지켜보던 농민들은 헛웃음을 지었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한 농민은 “그거 줘도 쓰지도 못한다”며 “GPS잡아서 움직이는 걸 어떻게 하냐. GPS 떼어가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시연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농민들도 보였다.
하지만 농촌진흥청은 올해 제초로봇을 시범 보급한 뒤 내년부터 일반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시연회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 개선해서 민간 기업에 기술이전하면 내년 쯤에는 시험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초로봇의 가격은 대당 2500만원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줘도 못쓰겠네” 6억 들인 ‘제초 로봇’ 10분 만에 고장… 민망 시연회
입력 2015-07-23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