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퇴근해!” 강제 컴퓨터 종료, 회식 금지까지… 우리나라에 이런 기업이?

입력 2015-07-23 15:11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7시, 부산은행의 모든 지점에선 컴퓨터가 동시에 꺼진다. 늦게까지 일하지 말고 귀가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가정의 날’이어서다. 관리자인 부장·실장·점장의 컴퓨터는 10분 앞선 오후 6시50분 꺼진다. 간부들부터 먼저 퇴근하라는 취지다.

이렇게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1주일에 하루쯤은 정시 퇴근을 보장하고 아빠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며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는 곳이다. 여성가족부는 23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가족친화포럼을 개최하고 가족친화경영 우수사례를 소개했다.

자동차 부품 등을 제작하는 중소기업 ‘바이저’는 수요일엔 퇴근 시간 이후 일을 해도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가족 사랑의 날’로 정했기 때문이다. 수요일엔 저녁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야간 통근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회사 측은 “가족 사랑의 날 시행 후 업무 효율이 높아졌고 예산도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근무시간 선택형’을 희망하면 매일 8시간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 4시간에서 12시간 사이로 근무시간을 조정해 1주일에 모두 40시간 일하면 된다. 이를 이용하는 직원은 지난해까지 10여명에 머물렀으나 올해 1분기 14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밖에 복지서비스 기업인 이지웰페어는 매주 수요일 ‘패밀리데이’에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해 회식 자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삼성유리공업은 ‘가족 사랑의 날’에 거래처와의 업무를 근무시간 종료 2시간 전에 마치도록 한다. 여가부는 이처럼 정시 퇴근 등을 독려해 가족친화기업으로 인증받은 곳이 지난해 기준 956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정시 퇴근은 아직 딴 세상 얘기다. 여가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녀와 여가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이유로 부모의 54.8%가 ‘퇴근이 늦어서’를 꼽았다.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한다는 응답은 31.3%에 불과했고, 40.2%는 오후 7~8시, 19.4%는 오후 9~10시에 퇴근한다고 답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