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주인공이 된 전시 ‘소설 속 한글’전

입력 2015-07-23 18:04

전시는 시각화 작업이다. 지난해 문을 연 국립한글박물관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한글을 어떻게 시각화해서 전시할 것인가?

지난 21일 개막된 국립한글박물관의 두 번째 기획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은 “소설 속 문장들을 전시한다”고 내세웠다. “소설 속 한글의 맛과 느낌을 보여준다”는 설명도 했다.

전시는 한글 시각화를 위한 한글박물관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성스러웠다. 전시장은 ‘문장의 숲’이 되었고, 한 바퀴 돌고 나면 ‘문장의 세례’를 받게 된다.

전시가 열리는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의 각 섹션과 벽면은 한 장의 책장처럼 페이지가 붙어있고, 소설 속 유명한 글귀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소설가 배상민(34)이 ‘여름’을 주제로 소설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배씨가 전시장 입구 쪽에 마련된 부스 안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소설을 쓴다.

한 쪽 벽면에는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쳐 쓰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중혁이 글 쓰는 자기 모습을 직접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고 ‘비가 오면’이란 문장을 ‘비가 내리면’으로, ‘빗줄기가 내리면’으로 거듭 바꿔가는 김애란의 컴퓨터 화면이 비춰진다.

이번 전시는 소설 창작의 전 과정을 시각화해 보여주면서 특히 좋은 문장이란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거듭된 수정의 결과라는 메시지를 부각한다. 적절한 단어 하나, 조사 하나를 찾기 위해 고투를 벌이는 작가들의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김훈이 타는 손잡이가 낡은 산악자전거, 조정래가 대하소설 ‘아리랑’을 쓰면서 소모했던 580여개의 세라믹펜 심, 방민호가 ‘연인, 심청’을 쓸 때 사용한 휴대전화 등 유명 작가들의 물건들도 다수 전시됐다. 번역과 교정 작업의 의미를 다룬 코너가 따로 마련됐고 각각 30∼40분 분량으로 촬영된 김훈 서영은 윤후명 김다은의 영상 인터뷰도 볼 수 있다.

전시장 끝에는 ‘문장의 숲’이란 공간을 꾸며놓았다. 북카페처럼 조성된 곳으로 관람객들이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