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중풍 모야모야병 유전자 이상으로 발병한다

입력 2015-07-23 13:54
사진=김승기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사진=이지연 교수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소아 중풍(뇌졸중)으로 알려진 모야모야병을 일으키는 새 유전자 변이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견됐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소아신경외과 김승기 교수가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이지연 교수와 같이 혈관 형성에 관여하는 혈관내피전구세포(EPC)의 기능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레티날디하이드 디하드로게나제2’(ALDH2)란 유전자가 부족할 때 모야모야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가 발간하는 동맥경화·혈관생물학 분야 학술지 ‘아터리오스클러로시스 트롬보시스 앤드 바스큘러 바이올로지’(ATVB) 최신호에 게재됐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원인 없이 뇌의 주요 혈관이 서서히 막혀서 허혈성 뇌손상 및 뇌졸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EPC의 기능 이상이 발병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 교수팀은 모야모야병 환아(환자군)와 정상인(대조군)에게서 각각 채취한 말초혈액에서 EPC를 분리 배양한 후 유전자를 분석, 비교했다.

그 결과, 환자군의 EPC는 기능이 저하돼 있는 반면, 정상 대조군은 별 이상이 없었다. 원인은 바로 RALDH2 유전자 때문이었다. 환자군의 RALDH2 유전자 수가 크게 줄어 정상 대조군과 무려 4.2배나 차이를 보인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팀이 정상 대조군의 혈관내피전구세포에 RALDH2 유전자 발현을 억제시켰더니 환자군의 혈관내피전구세포와 비슷한 기능 이상이 유발됐다.

RALDH2 유전자는 비타민 A의 파생물질인 레티노익산(retinoic acid, RA)의 생체 합성에 관여한다.

김 교수는 “현재 모야모야병은 좁아진 뇌혈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고, 수술을 통해 혈류의 우회로를 만들어서 뇌혈류를 보충하는 것이 유일하다”며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원인 유전자와 치료 약제를 발견하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혈관내피전구세포=태아의 혈관 신생과정(Vasculogenesis)에서 주로 관여하는 세포로 알려져 있었지만, 성인의 말초혈액이나 골수 등과 같은 곳에서도 발견되고, 허혈성 질환이나 암 형성, 또는 망막병증 등 여러 가지 질환에서 혈관형성(Angiogenesis)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혈관내피전구세포는 여러 가지 사이토카인이나 성장인자 또는 호르몬 등에 의해서 혈관형성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혈관내피전구세포 자체에서 분비되는 인자들에 의해 혈관형성을 촉진하거나, 또는 혈관내피세포로 분화가 되면서 혈관형성에 관여하게 된다. 혈관내피전구세포는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표면항체 또는 배양 방법에 따라 분리할 수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