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 수장으로 재계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박용만(60) 회장(두산그룹 회장)이 “기업인들이 나머지 처벌을 이행하는 것보다 모범적인 기업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제주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0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사면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태원 SK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을 거명하며 “이분들이 다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를 해주시길 간곡히 소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엘리엇 매니지먼트 사태에 대해 “기업이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해까지 보호해야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윤추구나 시세차익의 목적으로 공격하는 헤지펀드까지 우리가 보호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헤지펀드 공격에 대해서는 경영권방어 조치가 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편에선 우리 기업들이 (헤지펀드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은 약 2년 정도 남았다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에 적용되니까 회복기가 조금씩 늦춰지는데 재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인 향후 2년 정도에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창조경제 혁신센터 관련해서는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앞으로는 이노베이션(혁신) 또는 이종 산업간의 결합 밖에 없다. 특히 정보와 지식을 실어나르는 ICT와의 결합과 혁신을 통해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걸 창조경제로 이름을 붙이든 뭐라고 붙이든 어느 정부가 들어와도 지금 그걸 하지 않고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보다 경쟁력을 더 갖추고 뻗어나갈 수 있는 다른 길은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규제개혁·노동시장 선진화·서비스산업 발전 등 국가의 장기 아젠다는 정치나 사회상황에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회장은 “경기회복은 반드시 올 것이지만 그 모습은 이제까지의 폭발적인 성장이 아닌 저출산 고령화를 떠안은 저성장의 시대,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일 수 있다”며 뉴노멀시대 속에 경제혁신과 구조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박 회장은 한국경제의 성장모멘텀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노동시장 선진화, 서비스산업 발전 등 국가의 장기 아젠다에 대한 흔들림 없는 추진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연이어 일어나는 단기이슈들과 대립, 갈등으로 국가의 내일을 책임질 장기 아젠다들이 멈춰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메르스 같이 예기치 못한 충격이 왔을 때 빠르게 합심해서 극복하는 것만큼이나 각자의 영역에서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일상의 삶을 지켜나가는 것도 위기를 돌파하는 성숙한 대응자세”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주체들이 움직인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키들랜 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국가의 핵심 아젠다는 단기이슈와 명확히 구분되고, 정치나 사회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가계와 기업들이 활발히 경제활동에 나서고 우리의 ‘미래 번영’의 꿈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박용만 상의 회장 "최태원 김승연 사면 간곡히 소청"
입력 2015-07-23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