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31·삼성 라이온즈)가 헤드샷을 던져 퇴장 당했지만 프로선수로서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
피가로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5회 상대 타자 나지완(29·KIA)에게 머리를 향하는 빈볼을 던져 퇴장 당했다. 149㎞로 측정된 피가로의 속구는 그대로 나지완의 헬멧을 강타했다. 조금만 더 빗겨 나갔다면 나지완의 선수 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지완은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물론 피가로의 공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은 나지완도 잘 알고 있다. 너무나 순식간에 발생한 상황에서 나지완이 충분히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가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공이 날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가로는 곧바로 모자를 벗고 인사와 함께 나지완을 향해 정중히 사과했다. 헤드샷을 던지면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이 내려지는 규정상 피가로는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도 피가로의 얼굴엔 정말로 ‘미안한 표정’이 묻어났다. 피가로는 이날 전반적으로 제구력에 문제점을 보여 5회까지 KIA 타선에 4점을 내줬다. 피가로는 나지완의 머리에 공을 맞춘 것과 더불어 자신의 불안했던 제구력이 더해져 많이 속상해 하는 눈치였다.
간혹 외국인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 타자에 대한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화가 난 타자들에게 맞서는 경우가 많았다. 피가로는 달랐다. 자신의 잘못을 분명히 인정하고 자신이 갖출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보였다.
야구팬들은 “피가로가 실수했지만 정말 인성이 좋은 외국인 투수다” “외국인 선수들은 모자까지 벗어가면서 사과하지 않는데 프로선수로서 보기 좋은 모습이다” “굉장히 미안해 하는구나, 사과를 몇 번 하는거야”라며 피가로의 인성을 높이 샀다.
따지고 보면 피가로가 가해자이고 나지완이 피해자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피가로는 자신이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팬들에게 더욱 좋은 이미지를 전했다. 프로선수들이 평가받는 요소가 오직 실력만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나지완, 정말 미안합니다” 알프레도 피가로의 ‘동업자 정신’
입력 2015-07-23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