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레슬링 남매’,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다

입력 2015-07-22 20:09
“누나와 함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되고 싶어요.”

레슬링 유망주인 변진성(16·서울체육중)군은 지난달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2012년 레슬링에 입문한 뒤 무섭게 성장, 지난해 전국중학교 회장기 레슬링대회 자유형 39㎏급 2위를 차지하고 올해 정상을 밟았다. 변군의 누나인 지원(19·서울체육고)양도 동생 못지않은 레슬링 기대주다. 지난해와 올해 열린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매트에서 땀을 흘리며 ‘올림픽의 꿈’에 다가가고 있는 남매는 다문화 학생 선수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국적의 어머니와 함께 2012년 5월 입국한 이른바 ‘중도입국 청소년’이다. 남매는 주짓수체육관 관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유도를 원했지만 체급이 마땅치 않아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꿨다. 변군은 누나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 영어 능통자라는 장점을 살려 IOC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싶어 한다.

남매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단순히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땀을 흘리며 꿈을 일궈가는 다문화 학생 선수는 서울에만 47명이 있다. 초등학생 9개 종목 22명, 중학생 9개 종목 20명, 고교생 5개 종목 5명이다. 남학생은 34명이고 여학생은 13명이다. 부모의 국적은 중국 일본 스위스 브라질 인도네시아 가나 러시아 몽골 필리핀 에콰도르 베트남 파키스탄 미국 등 다양하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지원·진성 남매를 포함해 다문화 학생선수 47명에게 장학금과 여름방학 특별훈련 지원금을 전달한다. 장학금과 특별훈련비는 1인당 80만원씩이다. 서울시체육회에서는 훈련용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다문화 학생선수는 미래 한국 스포츠계의 큰 동력”이라면서 “이들이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여러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