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지나치게 어렵고 공부할 분량이 많아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로 대학 진학을 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학의 벽’에 막힌 학생들이 스스로 ‘꿈과 끼’를 접고 있다는 것이다. 수학자의 눈높이에 맞춰진 딱딱하고 어려운 교육과정을 학생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어준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은 22일 전국 학생·교사 9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교육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초등학생 2229명, 중학생 2755명, 고교생 2735명, 현직 교사 1302명이 조사에 응했고, 지난 5월 7~21일 보름간 진행됐다.
학생들은 수학을 ‘꿈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수학을 못하면 가고 싶은 학과에 진학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한 학생이 5433명(71%)이었다. 초등학생이 62.6%, 중학생 69.9%, 고교생 78.8%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비율이 높아졌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수학이 대입에서 비중이 커) 수학 부담 때문에 학생의 적성과 소질이 왜곡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학 학습 범위가 많고 내용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학 내용이 어려워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하는가’란 질문에 초등학교 교사 63.8%, 중학교 교사 27.3%, 고교 교사 57.1%가 동의했다. ‘수학 교과서 내용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한 교사도 초등학교 23.9%, 중학교 29.5%, 고교 44.3%였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신을 ‘수포자’(수학포기자)로 인식하는 학생은 초등학생 36.5%, 중학생 46.2%, 고교생 59.7%였다. 초등학생조차 10명 중 3~4명이 수학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 설문의 대상은 6학년이었다. 그동안 4, 5학년 때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져 학생들이 애를 먹는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또 고교생 10명 중 6명이 수포자라는 점은 ‘잠자는 고교 수학교실’이 과장된 헛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상당수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었다. 수학 사교육을 받은 적 있는 학생은 78.7%로 집계됐다. 초등학생 72.1%, 중학교 81.7%, 고교 81.1%였다. 사교육을 받을 때 선행학습을 한 학생은 73.7%였다. 또 학생들은 선행학습 사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선행교육을 받은 초등학생 중 27.3%, 중학생 45.1%, 고교생 57.0%는 그렇다고 했다. 많은 양을 짧은 시간에 배우다보니 주입식 문제풀이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9월 고시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수학 학습량을 20%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수학계 등의 반발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 부분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시늉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교육걱정 관계자는 “교육과정 개편으로 실질적인 학습 범위가 줄어야 제대로 된 수학 교육이 가능하다”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수학으로 사교육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수학 절대평가 전환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전국 초중고생 ‘꿈의 장애물’은 수학…학생 눈높이 맞춤 교육 이뤄져야
입력 2015-07-2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