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3개월 아이를 키우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황모(31·여)씨. 매일 오전 10시쯤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기만 하면 기어 다니는 아이가 기침을 해댔다. 청소 때만 되면 심해지는 기침소리에 황씨는 늘 꺼림칙했다. 그는 “집에 먼지가 많아서 그런가 싶어 청소를 더 꼼꼼히 했는데 청소하면 아이 기침이 더 심해졌다. 비염인줄 알고 병원에도 가봤지만 그건 또 아니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증상이 왜 나타나는 걸까? 원인은 진공청소기에 있었다. 청소 중 진공청소기 필터로 미세먼지가 방출되면서 오히려 청소하기 전보다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건국대 환경공학과 박성룡씨는 최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한 ‘실내공간에서 청소도구에 의한 미세먼지 농도 변화 및 실내외의 미세먼지 특성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실내에서 10분 정도 진공청소기로 청소실험을 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청소 전(25㎍/㎥)보다 6배 가까이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실내 미세먼지 기준은 25㎍/㎥다. 반면 걸레로 청소했을 때는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95.2㎍/㎥까지 상승했다가 서서히 낮아져 28.4㎍/㎥로 내려갔다.
논문은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면 가라앉아 있던 미세먼지가 다시 떠올라 실외 미세먼지 농도보다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럴 때 미세먼지 농도는 바닥으로부터 12㎝ 높이에서 최고치를 기록했고 높이가 올라갈수록 낮아졌다. 바로 기어 다니는 아기들의 얼굴 높이였다. 논문은 “진공청소기보다 물걸레를 이용해 자주 바닥청소를 하는 게 좋다”며 “특히 영·유아나 키 작은 어린이가 있을 경우 더 그렇다”고 조언했다.
연세대 환경공학부 김성헌 교수는 22일 “진공청소기로 흡입한 미세머지가 여과지에 걸러져야 하는데 입자가 작다 보니 배출구로 다시 빠져나오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청소기 업체들이 미세한 먼지까지 잡아내는 여과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청소를 하지 않는 게 능사가 아니다. 연구 결과는 꾸준히 청소하면 실내 먼지 농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왔다. 청소할 때 가급적 문을 모두 활짝 열고 다른 식구들은 잠시 피해 있는 것도 방법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청소 잘못하면 실내 미세먼지 높아져”…아기 있는 집은 청소기보다 걸레로
입력 2015-07-22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