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김경민의 작품을 보면 행복해진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를 목에 태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선물을 가득 실은 채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달려가는 작품 ‘집으로’를 보자.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는 아버지와 어머니, 신이 나 두 손을 번쩍 든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다.
김경민 작가의 초대전이 7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원서동 창덕궁 옆 아트스페이스 에이치(Artspace H)에서 열린다. ‘가족’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경쾌하고 정겹게 표현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된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세 가족의 모습을 담은 ‘집으로Ⅱ’, 온 가족이 야구복으로 갈아입고 야구장 나들이에 나선 ‘야구가족’, 목욕탕에서 아내의 등을 밀어주며 행복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담은 ‘돼지 엄마’ 등이 웃음 짓게 한다.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젊은 부부와 세 아이는 바로 작가 자신의 가족이기도 하다.
조각가인 남편 권치규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둔 그는 세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작품에 풀어냈다. 그가 처음부터 가족을 테마로 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2000년 이전에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비판적·풍자적 작품을 주로 선보였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 점차 개인사적 일상으로 관심이 옮겨가 2008년부터 가족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청동에 색을 입힌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유머러스한 형상을 하고 있다. 큰 코와 넉넉한 입, 지나치게 길고 가는 다리 등 과장된 표현이 특징이다.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인체의 선을 통해 표현한 작업이다. 인체를 길게 선으로 드러낸 것은 경쾌한 삶의 리듬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국내외 곳곳에서 대형 조형물로 만날 수 있다.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빌딩 앞,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건너편 우리은행 앞 등 서울 중심가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에도 설치돼 있다. 이젠 국내를 넘어 아시아로, 또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포부다.
작가는 말했다. “세계 곳곳에 작품이 전파될 때까지 나의 행복한 작업은 계속될 겁니다. 사회적 변화를 강요하거나 의도하는 무거운 주제는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어떤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더욱 행복하겠습니다.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따뜻함과 치유의 기쁨을 전달해 주고 싶어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훈훈해진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작가의 작품에 대해 “행복의 정의를 찾는 경쾌한 퍼레이드”라고 평했다(02-765-500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경쾌한 퍼레이드 조각가 김경민 작가 초대전 아트스페이스H 7월30일까지
입력 2015-07-22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