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다

입력 2015-07-22 16:35
중계방송 캡처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3)가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싸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추신수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방문경기에서 7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쳐냈다.

이로써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개인통산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특히 아시아 출신 최초의 사이클링 히터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일본의 상징이자 2007년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상을 받았던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 말린스)도 해보지 못한 대기록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원년부터 34년 동안 단 14차례 나왔다. 메이저리그에선 307호다. 텍사스 구단에서 사이클링 히트가 나온 것은 2013년 9월 23일 알렉스 리오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거둔 이후 22개월 만이다.

추신수의 방망이는 초반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2회초 무사 1루에서 첫 타석에 나선 추신수는 콜로라도 오른손 선발 카일 켄드릭의 시속 86마일(138㎞)짜리 초구 커터를 공략해 1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쳐냈다. 추신수는 3-0으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켄드릭의 4구째 시속 88마일(142㎞)짜리 싱커를 잡아당겨 오른쪽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7m의 대형 솔로포를 터트렸다.

5회초에는 또다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7회초 유격수 땅볼로 잠시 숨을 고른 추신수는 결국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대기록을 만들었다. 좌완 렉스 브라더스로부터 중견수 키를 넘겨 펜스를 직접 맞고 튀어나오는 장타를 터뜨린 뒤 총알같이 베이스를 돌아 3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안착, 대망의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을 터뜨리며 타율도 0.226에서 0.235로 끌어올렸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맹활약에 힘입어 콜로라도를 9대 0으로 물리쳤다.

추신수는 타율 0.221(307타수 68안타), 홈런 11개, 38타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후반기 들어서는 제프 배니스터 감독의 신뢰를 받지 못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거나 아예 결장하는 날이 반복됐다. 타선도 1~3번에서 하위 타순으로 내려갔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지고 트레이드 대상 선수로 거론되는 등 사면초가에 놓였다.

하지만 이날 부활의 신호탄을 확실하게 쐈다. 추신수는 “올스타 휴식기가 정말로 나에게는 도움이 됐다”면서 “정신적인 휴식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 동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전반기 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사이클링 히트는 추신수에게 회의적이었던 배니스터 감독의 마음도 돌려놨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에게서 결의를 봤다. 그러한 결의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는 올해 일부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 중 많은 것에 응답했다”고 칭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