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세월호 사고 수사기간에도 차명계좌와 현금으로 리베이트가 오가고, 세월호 사고 이후 ‘위험수당’ 명목으로 리베이트가 8% 이하에서 평균 15%로 치솟았습니다.”
인천계양경찰서 이형우 경위는 22일 수사결과 발표 직후 “지난 6월 9일 압수수색 당시 봉투에 15%라고 적힌 리베이트 명목의 현금 뭉치가 1600만원 가량 발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경위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노트 5권 분량의 리베이트 장부를 해운회사 대리점의 한 사원 집으로 빼돌리는 등 검찰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검찰 등 수사기관과 온 국민이 해운업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주목할 때 오히려 이들의 범행은 더 치밀해졌다는 것이다.
인천계양경찰서는 이날 유조선 관련 일감을 주는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장기간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SK인천석유화학 부장급 간부 이모(55)씨와 선박 대리점 대표 이모(55)씨를 구속하고, 이들에게 억대 금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하청업체 대표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대기업 간부 이씨와 선박대리점 대표 이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수사기관에 적발될 수 있다며 위험수당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올렸다. 세월호 사고 전까지 결제 금액의 3∼5% 수준이던 리베이트 수수료는 이후 최소 8%에서 최대 30%까지 올랐다.
하청업체 31곳은 세월호 사고 이후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입·출항 시각까지 관리하던 대기업 간부 이씨는 해당 대리점을 이용하지 않는 선박을 정박지에 오래 머무르게 해 부두 접안시간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이씨의 대리점을 이용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인천 북항에 ‘돌핀항’이라는 이름의 부두 4개를 보유하고 있다. 바다 위에서 유류를 하역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유류 전용 부두다. SK인천석유화학 측과 유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유조선 50∼70척 가량이 매달 이 부두를 드나든다.
1등 항해사 자격증을 보유한 SK인천석유화학 부장급 간부 이씨는 2002년 8월 포트 마스터장(부두 관리자) 자리에 올랐다. SK인천석유화학의 전신인 경인에너지 시절부터 이 회사에서 근무해 부두 관리 업무에 잔뼈가 굵은 그였다.
이씨는 직원 3명을 두고 이 부두로 들어오는 유조선을 관리하는 등 10년 넘게 안전 업무를 총감독했다. 그는 포트마스터장이 된 2002년 자신의 손에 막대한 권한이 쥐어지자 이를 십분 활용해 잇속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씨로부터 시작된 해운업계의 ‘검은 먹이사슬’은 선박 대리점을 거쳐 하청업체 31곳에까지 아래로 뻗어나갔다.
예선, 도선사, 줄잡이 등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일감을 받는 대가로 선박 대리점에 리베이트를 상납하면 대리점이 이 중 일부를 대기업 간부 이씨에게 전달하는 구조였다.
이씨는 자신이 직접 지정한 화물검사 업체 등으로부터는 손수 리베이트를 받았다. 이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선박 대리점을 비롯해 이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등으로부터 257차례에 걸쳐 총 8억40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 대리점 대표 이씨도 2008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총 1475차례에 걸쳐 14억4800여만 원을 하청업체로부터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3억1000만원을 대기업 간부 이씨에게 상납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세월호 이후 더 교묘해진 해운비리 “위험수당 명목 평균 15% 리베이트 현금줘야”
입력 2015-07-22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