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금융위기 재발 방지법 좌초 위기에 ‘거부권’ 예고

입력 2015-07-22 15:35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에서 도입된 금융규제법이 21일(현지시간) 도입 5주년을 맞았다. 입법 제안자의 이름을 따 ‘도드-프랭크법’으로 불리는 이 금융규제법은 그러나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의회 주도세력인 공화당은 도드-프랭크법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며 법안의 폐기 내지는 대폭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법을 약화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여전한 모럴 헤저드, 갈길 먼 금융규제=정식 이름이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금융소비자 보호법'인 이 규제법은 금융회사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자기자본으로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 금융회사들은 우량 채권과 비우량 채권을 섞은 파생상품을 다루면서 자기자본을 동원해 점점 신용거래 비중을 높였는데, 이는 금융위기를 유발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금융위기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이 법안은 그러나 5년이 지나도록 시행되지 않은 게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까지 도드-프랭크법 가운데 실행에 옮겨진 규제는 66%에 그쳤고, 미실행 규제는 12%로 나타났다.

도드-프랭크법에 의해 창설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이날 씨티그룹에 고객 880만명에게 7억 달러(약 8074억원)를 환급하고 별도로 7000만 달러(약 807억원)의 벌금을 내도록 명령했다.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영업 과정에서 실제 있지도 않은 보안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소비자가 동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부가서비스에 사인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0일 월가 대형은행에 2000억 달러(약 231조5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더 확충하라고 요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 둑을 더 쌓아두라는 것이다.

◇공화당의 어깃장과 오바마의 으름장=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미 하원은 지난 1월 이 법률의 핵심 조항을 완화하거나 시행을 연기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5월에는 미 상원 은행위원장인 리처드 셸비 공화당의원이 재제를 받는 금융회사의 자산 규모를 현재의 500억 달러에서 5000억 달러로 높이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렇게 되면 골드만삭스나 웰스파고 같은 초대형 금융회사들을 제외하면 금융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사실상 없어진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날 현역 군인들이 고리대금업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군인 상대 대부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공화당이 도드-프랭크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도해 왔으나 어떠한 시도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