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1일 발표한 2015년 방위백서는 독도 영유권 주장 등 한국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예년과 같았다. 반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활동에 대한 반감과 경계감은 두드러지게 강화됐다. 아울러 집단자위권 행사의 정당성과 안보법제에 대한 내용이 추가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백서는 중국을 겨냥한 백서=일본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주변의 중국 움직임이나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 등의 중국의 동향을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백서의 전체 쪽수는 지난해보다 74쪽 줄어든 424쪽이었지만 중국 관련 분량은 지난해보다 좀더 늘어난 2쪽으로 각각 1쪽인 미국과 북한보다 많았다.
올해 백서는 지난해 백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해양 활동에 대해 ‘고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대응’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스스로의 일방적인 주장을 타협 없이 실현하는 자세’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고압적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횡포’를 부린다는 비난인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7일 집권 자민당이 방위성의 백서 원안을 보고받은 뒤 ‘내용이 약하다’며 퇴짜를 놓은 이후 중국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세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백서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의 일련의 위험한 행위로 인해 자칫 우발적 충돌을 빚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년 간 중국기와 러시아기에 대한 항공자위대의 긴급발진이 역대 두 번재로 많았다고 소개하면서 일본의 안전보장 환경의 긴박감도 강조했다.
일본은 아울러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및 해양 플랫폼 건설에 대해 재차 작업 중지를 요구했고,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 건설로 지역이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이 8869억 위안(약 166조원)이라고 언급하면서 지난 10년 사이 3.6배, 27년 사이에 41배가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서는 이례적으로 중국군의 부패 문제도 건드리면서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군 수뇌부의 부패 적발 사실을 소개했다.
일본은 4월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과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안보법제 내용도 백서에 포함했다. 이는 법안 통과 뒤 이뤄질 집단 자위권 행사가 이미 일본 국방 활동의 중요한 한 축임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본 언론들은 집단 자위권 역시 중국과의 충돌을 우선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SLBM에 경계감 표출=지난해 백서에서 북한에 대해선 사거리 1000㎞ 이상의 스커드 미사일에 경계감을 표출했던 일본은 올해에는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무기의 소형화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핵 문제를 두드러지게 언급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5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사정권에 있는 일본을 비롯한 관계국에 군사적 도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북한이 보유한 함정수를 지난해 650척에서 올해 780척으로 상향조정한 반면, 지난해 600기라고 밝혔던 공군 작전기의 경우 올해에는 560기로 하향조정했다.
백서는 북한 내부에 대해선 “김정은 체제는 일정한 궤도에 올라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김씨 일족 안에서의 세대 교체도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빈번한 인사인동에 동반한 위축 효과로 외교적 고려없이 군사적 도발행동으로 내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느닷없는 숙청과 잦은 자리 교체 등으로 인해 경험이 미숙한 군 관계자나 관리들이 자칫 신중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주변국을 향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슬람국가(IS) 남의 일 아니야=연초 자국민 2명이 IS에 의해 처형된 것과 관련해, 일본은 올해 처음으로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위협을 백서에 거론했다. 백서는 “IS는 강력한 군사력, 풍부한 자금력, 교묘한 통치 및 언론 활동 등을 무기로 다수의 외국인 전투원을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새로운 타입의 국제테러 조직”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 테러의 위협이 확산 추세에 있으며 일본도 테러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일본 방위백서 뭘 담았나
입력 2015-07-21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