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챔피언 잭 존슨, 상대 퍼트 기다리며 읖조린 찬송가

입력 2015-07-21 17:40
연장 4번째 홀인 18번홀. 5m 버디 퍼트를 놓친 잭 존슨(39·미국)은 4m 남긴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라카공화국)의 버디 퍼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스트히즌이 이 퍼트를 성공시키면 또 다시 연장전으로 가야하는 상황. 우스트히즌의 퍼트를 지켜보며 그는 찬송가를 읊조리며 ‘인내심을 갖고 주님을 기다리자’고 생각하면서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2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7297야드)에서 열린 제144회 브리티시오픈 최종일 경기. 폭우와 강풍으로 하루 더 진행된 대회는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친 존슨, 우스트히즌, 마크 레시먼(호주) 3명의 연장전으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1·2·17·18번홀(이상 파4) 4개홀에서 펼친 연장전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를 친 존슨은 이븐파의 우스트히즌, 2오버파의 레시먼을 제치고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이 됐다. 18번홀 연장전 우스트히즌의 4m 버디 퍼트는 홀컵을 살짝 건드리고 옆으로 굴렀다.

우승상금은 115만 파운드(20억6000만원). 200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한 존슨의 12번째 우승이자 2007년 마스터스에 이은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정상이다.

반면 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석권하며 1953년 벤 호건(미국) 이후 62년 만에 같은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제이슨 데이(호주)와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 우승컵을 안은 존슨은 신앙심이 깊고 가족을 중시하며 나눔에 앞장서는 골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우승이 나의 경력을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 골퍼로 우승을 즐기겠지만, 나의 유산은 이 우승이 아니라 나의 아이들과 가족들”이라고 강조했다.

존슨은 같은 아파트 단지 이웃이던 아내 킴과 결혼해 자녀 3명을 두고 있다. 또 부모님을 영웅으로 꼽는다. 영화광이어서 골프를 치지 않을 때는 아내와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본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아이오와주의 어린이와 가족들을 돕는 비영리자선단체 ‘잭 존슨 파운데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소도시인 아이오와시티에서 태어난 그는 지역사회 도움을 받아 프로골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마음껏 연습할 수 있도록 골프장 코스를 내주고, 훈련 경비와 투어 비용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존슨은 “잭 존슨 파운데이션은 나를 경기장에 서게 해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훌륭한 발판”이라고 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올랐던 아마추어 폴 던(아일랜드)은 보비 존스(미국) 이후 85년 만의 아마추어 우승을 노렸지만 이날 6타를 잃으며 6언더파 282타, 공동 30위로 순위가 내려갔다. 재미동포 케빈 나(32)는 3언더파 285타로 공동 58위로 대회를 마쳤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