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로 최근 타결된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 협상이 중국의 ‘에너지 안보’를 도와주는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익스프레스 트리뷴’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샤히드 아바시 파키스탄 석유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오랫동안 지연된 ‘이란-파키스탄 가스관(Iran-Pakistan Gas Pipeline) 건설사업’을 곧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3년 이란과 파키스탄 정부가 합의한 ‘이란-파키스탄 가스관’은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는 파키스탄으로 수송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란 측은 이미 자국 영토 내 가스관 건설을 완료한 상태다.
이 프로젝트가 제자리걸음한 것은 주로 미국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미국은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를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과 인도로 수송하는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TAPI) 가스관’을 추진해 왔다. 미국 입장에서 적대국 이란의 에너지 시장을 넓혀주는 ‘이란-파키스탄 가스관’이 달가울 리 없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등의 이란에 대한 제재를 이유로 파키스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일단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서 미국이 이 가스관 건설을 반대할 명분은 줄었지만 문제는 막대한 건설비용이다.
이를 파고든 게 중국이다.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때 중국 측은 ‘이란-파키스탄 가스관’ 건설 지원을 약속했다. 최근 중국은 아라비아해에 인접한 전략 요충인 과다르항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이란 국경까지 700㎞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20억 달러(약 2조3180억원)의 85%를 파키스탄 측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통 큰 파키스탄 지원은 이란의 에너지를 파키스탄을 통해 중국의 신장 지역까지 들여오는 ‘이란-파키스탄-중국(IPC) 가스관’을 염두에 둔 것이다. 중국은 중동산 에너지를 인도양과 호르무즈해협을 거치는 긴 바닷길을 통해 수입하는 데 따른 안보 불안을 우려해 왔다. 이란-파키스탄-중국으로 이어지는 육로 에너지 공급선 확보로 유사시 제해권을 장악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에 따른 우방국 파키스탄의 이란으로의 경도, 중국의 에너지 안보 확대 등의 의외의 결과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이란 핵 협상, '중국 가스관 숙원'푸나
입력 2015-07-21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