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실종 여대생 남친 “나만 아니라면 이런 일 없었을 것” 자책

입력 2015-07-21 10:18 수정 2015-07-21 16:53
방송화면 캡처

‘수원 여대생 실종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실종 전 함께 있었던 남자친구가 “나만 아니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자책과 함께 심경을 밝혔다.

20일 오후 방영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는 수원 여대생 실종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13일 오후 소진(가명)씨는 수원역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당시 함께 자리했던 친구는 “소진씨가 일본에 다녀온 뒤 반가움에 술을 좀 많이 마셨다”고 전했다.

소진씨의 남자친구 박진호(가명·23)씨는 “우리 둘다 한 병이 주량인데, 한 병을 마신 뒤부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친구 두 명과 함께 소주 9병을 마셔 주량을 훨씬 넘어선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술을 깨기 위해 한 가게 앞에 앉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던 중 어떤 아저씨가 박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가 “학생 일어나봐. 여자친구가 토했잖아. 닦아줘야지”라고 말해 봤더니 소진씨 왼쪽 머리에 토사물이 묻어있었다.

이에 박씨는 물티슈를 사려고 주머니를 뒤져보니 지갑이 없어 술집에 지갑을 찾으러 갔다.

약 10분간 자리를 비운 사이 소진씨는 사라졌다.

박씨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나만 아니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사건 전후의 상황은 경찰을 통해 공개된 CCTV에 담겨 있어 경황이 없었던 박씨도 영상을 보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13일 실종된 여대생은 용의자 윤모씨가 성폭행할 목적으로 끌고 갔지만 소진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살해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진씨는 결국 지난 15일 평택의 한 배수지에서 실종 33시간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에 앞서 윤씨는 14일 강원도 한 저수지 부근에서 목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