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국정원에 고문당한 것조차 부끄럽다”

입력 2015-07-20 19:54 수정 2015-07-21 01:54
사진=은수미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가정보원 직원 일동 명의로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해 “국정원에 고문당한 것조차 부끄럽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정원은 전날 성명을 통해 자살한 직원 임모(45) 씨가 이탈리아 해킹팀 프로그램을 주도한 인물이며 그의 자살이 ‘대국민 사찰’ 의혹을 제기한 야당과 언론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은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 직원들에게 묻는다”며 “진정 그대들은 부끄럽지도 않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20여 년 전 그대들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한 후 사경을 헤맬 때도 원망하지 않았다”며 “불법적인 고문을 해도 고민도 하고 부끄러움도 알며 기개도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불법해킹 들킨 것도 부끄러울 판에 버젓이 야당 탓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것이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양하는 정보기관들의 태도인가”라고 꼬집으며 “스파이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다니 언제부터 사회단체가 되었냐”고 비판했다.

“나를 고문했던 3개조 21명. 서로를 별칭으로 부르던 그대들. 지금도 기억나는 별칭인 만두, 김과장!”이라며 국정원 직원들의 고문 당시 호칭을 언급한 은 의원은 “재직하는 지 알 수 없지만 한번 대답해보라. 이것이 당신들의 본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은 의원은 말미에 “대통령직속 정보기관이 더러운 해킹이 들통 나면 매번 공동성명 발표하고 야당과 국민을 위협할 것이냐”며 “그것이 당신들의 애국인가? 그대들 같은 정보원에게 고문당한 내가 부끄럽다”고 말해 수 많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게시글은 올라 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좋아요 1000개를 넘게 받으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공동성명을 비판하던 네티즌들은 이 글을 퍼 나르며 공감의 댓글을 이어갔다.

“국정원 직원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냐?” “여기서 모니터를 보고 있는 당신, 진정 부끄럽지 않냐” “과거 애국이라 했지만 지금은 대체 어떤 신념을 하는 행동인지 의문이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었다. “양심 있는 국정원 직원이 한 명이라도 나오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은 네티즌도 있었다.

한편 은 의원은 지난 1989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결성한 이후 1992년 노태우 정부는, 사노맹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간부 수십 명을 구속했다. 당시 사노맹 중앙위원 겸 정책실장이던 은 의원도 구속돼 6년형을 선고 받고 안기부에서 고문을 당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