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통화에 정신 팔린 사이 뒤에서 치한이

입력 2015-07-21 00:10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는 자료사진.

밤길에 통화에 정신을 팔며 걷다 치한을 만난 여성의 사연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고 있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서 다녀왔어요. 치한 잡은 후기’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이는 20대 후반의 여성 직장인 A씨다.

지난 17일 A씨는 성범죄건으로 경찰서를 다녀왔다고 운을 뗐다.

이야기의 전말을 이랬다.

A씨는 오후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나 통화가 길어져 집 앞 산책로를 걸었다.

밤늦은 시간에는 가지 않는 곳이었는데 통화에 정신이 팔려 12시를 넘긴 줄 몰랐다.

그날따라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아 더욱 방심했다.

1~2㎞의 산책로를 걸으며 타지에 계시는 어머니와 통화하며 걷다 앞을 본 순간 그 많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무서워지며 길바닥을 보았는데 산책로 가로등에 비치는 A씨의 그림자 위에 남자 그림자 하나가 더 있었다.

A씨는 “지금 생각해도 그 순간이 너무 소름 돋는다”며 “내 그림자와 겹쳐 비춰진 거라면 정말 가까웠다는 건데, 당시에는 그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후회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통화도 큰소리로 씩씩하게 하는 중이었기에 설마 이런데서 덥치겠어’하며 걸음을 늦추다가 멈췄다.

걸음을 멈추자 1, 2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순간 남자가 뒤에서 덥썩 안으며 성범죄를 시도했다.

차마 자세한 이야기는 쓰지 못하지만 성범죄 시도를 한차례 하자마자 순간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욕을 해댔다.

통화 중인 어머니는 너무 놀라서 “무슨 일이냐”며 안절부절못했고 남자는 걸어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뛰어 달아났다.

A씨는 지나오던 길에 있던 사람들이 생각나 잡을 수 있겠단 생각에 소리치며 쫓아갔다.

그래서 “저XX 잡아주세요! 변태예요”라고 소리치며 쫓아가자 근처에 있던 아저씨 두 명이 치한의 팔을 뒤로 잡아서 바닥에 눕혀 제압하고 있었다.

바로 112에 신고하고 치한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니 21세 된 젊은 남자였다.

그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죄송하다. 취해서 그랬다. 팔 좀 놔 달라. 아프다. 허리 좀 피겠다. 자세가 안 좋다”며 요구사항이 많았다. 심지어 경찰을 기다리는데 담배를 두 개비나 폈다.

옆에서 아주머님과 젊은 여자가 다독여주자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전화기로 상황을 다 들은 어머니는 안심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서 가서 진술서 쓰고 집에 돌아왔는데 다리도 쓸리고 지갑도 어디에 흘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파출소로 데리러와 오전 1시30분쯤 집에 돌아갔다.

A씨는 아직 마음의 안정이 더 필요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여성들이 이 글을 보고 조심해주길 당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를 본 많은 여성 누리꾼들이 댓글을 남겼다.

“어쩌다가 피해자가 더 조심해야하는 상황이 온 걸까. 가해자는 당당하게 담배 피고 웃고. 언제부터 술이 면죄부가 된 건지.”

“저도 3년 전인가 버스에서 치한을 잡았어요. 알바하고 학교 다니느라 어쩔 수 없이 첫차를 타고 학교가고 막차를 타고 퇴근을 했는데, 그때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앉더니 나가지도 못하게 막고 ○○○를…. 고속도로에 진입해 도망갈 수 없게 되자 다른 승객들에게 남자를 잡아달라고 하고 휴대전화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없다며 도와주지 않아 결국 버스기사아저씨가 경찰에 신고해주고 괜찮으냐고 다독여주고, 경찰은 네가 짧은 거 입어서 그렇다는 둥 이런 식으로 얘기만 하고 참…. 그때 조서 끝나고 새벽 3시? 4시쯤 된 거 같은데 집에 가면서 어찌나 서럽던지. 동탄 ㅅㄱㅁㅇ에 살고 있는 ○○야! 음란공연죄로 넌 그냥 벌금 500이지만, 난 아직 그 트라우마로 잊혀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 저도 비슷한 상황 겪어서 신고하고 지금은 형사고소건 마무리한 피해녀예요. 요즘 성범죄 처벌 강화돼서 합의해도 기록 남고 처벌 받아요. 그리고 밤에만 그런 일 일어나는 거 아니고 낮에도 비일비재하니까 항상 경계하시고 액땜한 셈 치세요.”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