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 정차된 차량에서 대낮에 갑자기 불이 나 운전석에 있던 탑승자가 숨졌다. 조수석에선 휘발유통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감사원에 관련한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일 오후 12시27분쯤 감사원 앞에 정차된 산타페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아 차량을 완전히 태우고 9분 만에 꺼졌다. 경찰의 CCTV 분석 결과 이 차는 12시19분쯤 서울 재동초등학교 쪽에서 운행해와 감사원을 50m 지나쳐 정차했다. 잠시 뒤 운전석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진화 뒤 조수석에서 휘발유통이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유류방화로 추정하고 있지만 엔진 폭발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차량 소유주는 강원도 춘천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59)씨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이씨의 신분증도 발견됐지만, 사체가 심하게 훼손돼 사망자 신원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차량이 전소해 유서가 불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춘천시 장애인복지2과를 감사해 달라고 감사원에 청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춘천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운영하다 2008년 춘천시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발당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해 춘천시와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이에 체결된 위탁 계약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고, 유가족 조사와 CCTV 추가 분석을 바탕으로 사망 전 동선 등을 밝힐 계획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삼청동 감사원 옆 주차된 차량서 돌연 화재, 운전자 사망…조수석서 휘발유통 발견
입력 2015-07-20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