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장에서 진행된 경품행사가 실상은 개인정보 불법 수집을 위한 사기극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고가 경품은 행사 대행업체가 ‘당첨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빼돌렸고, 수백만 응모 고객들은 결과적으로 보험사 측에 개인정보만 제공한 셈이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법인은 형사처벌을 피했다. 지난 2월 대표이사까지 기소된 홈플러스와 달리 직접 경품행사를 주관한 게 아니라 장소 제공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부장검사)은 20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P경품 대행사 대표 서모(41)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총 27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P사는 2012년 10월~2013년 12월 보험사 3곳의 이마트 매장 경품행사를 대행하면서 당첨자 바꿔치기를 통해 전체 경품가액 7억9000만원 중 4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서씨는 경품행사를 준비하던 2012년 9월 회사 직원들에게 “경품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고, 직원들은 거래처 로비, 개인 채무변제, 회사 운영자금 충당 등의 이유로 허위 당첨자들의 명단을 넘겼다. 거래처 대표,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마트 경품행사 담당자 등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경품 응모를 시키거나 인적사항을 받아 대리 응모했다고 한다. 서씨는 당첨자 선정 직후 실제 당첨자 이름을 지우고 대신 허위 당첨자 인적사항을 입력했다.
P사는 47차례 허위 경품을 지급했다. 1등인 자동차 경품 40대 가운데 BMW 520d, GM대우 알페온, 캡티바, 스파크 등 26대가 이렇게 빼돌려 졌다. 스마트TV, 김치냉장고, 홍콩여행 상품권 등도 P사 직원 주변인물에 지급됐다. P사는 사기 경품행사로 모집한 467만건의 고객정보를 보험사 3곳에 넘기고 72억원의 수수료도 챙겼다.
보험사 2곳의 위탁을 받아 롯데마트에서 경품행사를 진행한 M사 역시 당첨자 바꿔치기로 1등 자동차경품 1대를 챙겼다. 또 롯데마트 홈페이지나 매장에만 당첨자 명단을 게시하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개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결국 13차례 경품행사에서 당첨자 120명(제세공과금 납부 대상) 중 당첨사실을 먼저 문의해 온 18명에게만 경품이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M사가 이를 통해 고객정보 22만건을 불법 수집한 것으로 보고, 대표 전모(59)씨 등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다만 P·M사의 범죄에 이마트·롯데마트 법인이나 보험사들이 직접 개입한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마트·롯데마트는 보험사들로부터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받은 증거도 나오지 않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구속기소 된 이마트 법인영업팀 과장 이모(41)씨는 P사 서씨와 짜고 경품행사에서 자동차 경품 3대(7050만원 상당)를 챙겼다. 이씨는 먼저 “고가 자동차 경품이 나왔으니 나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씨는 광고대행업자로부터 광고 관련 청탁과 함께 9억9000여만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마트 직원 김모(43)씨는 광고대행업체로부터 무려 19억4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이마트,롯데마트 경품행사 고객들만 ‘봉’… 경품은 챙기고 개인정보만 불법수집
입력 2015-07-2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