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정국’이 2년 만에 되풀이되고 있다. 2013년 불법 댓글 의혹사건으로 불거진 여야 대치가 이번엔 해킹 프로그램 구입·운용 문제로 재연되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강 대 강’ 충돌로 장기전을 벌였던 2013년 정국의 ‘데자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강경대응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0일 이번 사건을 지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당시와 비교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문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지난번 불법 대선개입 사건 때 우리 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당사자라는 입장 때문에, 또 대선불복 프레임 때문에 그 진실을 규명하는 일을 하는데 제약이 많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불법 해킹 사건은 국민 모두가 피해자다. 우리가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당시 그것들(국정원 정치개입)이 감기였다면, 지금 이것은 메르스 100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불법 해킹 논란을 추가경정예산 심사와 연계하거나 임시국회 일정을 거부해야한다는 등의 강경 투쟁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에는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앞에서 45일간 노숙투쟁을 하고, 당 일각에서 정기국회 연계투쟁 주장까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3자 회동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여야 대치가 가팔랐다.
당 국민정보지키기 위원회 소속인 문병호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13년엔 국정원이 불법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번에는 불법적인 사실이 아직 명확하게 확증이 안 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여야가 공방을 하기보다 청문회를 해서 기술적으로 디테일하게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2013년 당시엔 야당의 공세를 ‘대선불복’ 논리로, 이번엔 ‘정당한 공작 활동’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또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살한 이후엔 새정치연합에 역공도 펼치고 있다.
국정원의 대응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불법 댓글 당시 국회 국정조사에 불려나오는 수모를 겪었던 국정원은 이번엔 정치권의 반응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민간사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는 한편, 국회 정보위에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9일에는 ‘직원 일동' 명의로 성명서를 내는 등 정보기관으로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원의 명확한 불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번 사태가 불법 댓글 당시처럼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여야 모두 조만간 9월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하는데다, 야당의 경우 신당·정계개편 등 당 내부 문제가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기획]국정원 정국…2년 전 데자뷔될까
입력 2015-07-20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