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의 유서 내용이 추가로 공개됐다. 2장으로 구성된 유서에는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담겨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온라인에서도 애도와 추모 댓글이 이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20일 해킹프로그램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 2장을 추가로 공개했다.
유서에는 “여보, 짊어질 짐들이 너무 무겁다. 운동해서 왕(王)자 만든다고 약속했는데 중간에 포기해 미안해. (아이들) 잘 부탁해. 당신을 정말 사랑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부족한 나를 그토록 사랑해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적어, 아내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담았다.
자녀에게는 “미안하다. 너는 나의 희망이고 꿈 이었다”며 “아빠처럼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극단적인 아빠의 판단이 아버지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요즘 짊어져야 할 일들이 너무 힘이 든다. 훌륭하게 자라줘라. 사랑해”라고 전했다. 막내딸에게는 “웃는 모습이 예쁜 우리아기. 고3인데 힘들지? 좀 더 친근한 아빠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쓰여 있었다.
짤막한 4줄로 마무된 1장에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았다. “아버지.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엄마. 자주 들르지 못해 미안해요. 그래도 항상 마음은 엄마에게 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네티즌 사이에서 “진실공방을 떠나 한 가장의 가장이 정치적 논란으로 죽음을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메시지가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20년을 조국을 위해 헌신했는데 안타깝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국정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한가정의 가장이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국정원이냐”며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망자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왕(王)자 만든다고 했는데 미안해” 국정원 직원 유서… 네티즌 추모 물결
입력 2015-07-20 16:31 수정 2015-07-20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