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구매 및 민간사찰 의혹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 시점에선 야당발(發) 의혹 제기만 나올 뿐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데 청와대가 나설 경우 불필요한 논란만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시기가 지난 총선 및 대선 기간과 겹친다는 점도 청와대가 신중하게 대응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말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들도 “아는 바가 없다” “별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이번 논란이 야당의 정략적인 정체공세 성격이 짙은 것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가 국정원에 대해 개혁을 거듭 주문해왔고, 국정원 역시 수차례 국내정치 불개입을 천명했던 만큼 거리낄 게 없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인 국정원이 이번 사태 초기부터 민간 사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례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최근 국회법 거부권 및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거취 논란을 딛고 국정 정상화를 이어가려는 입장에서 또다시 불거진 돌발 변수에 대해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로선 올 하반기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인’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 다시 악재가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장애가 되지 않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21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혹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긋고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의혹만 있고 실체는 없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할 경우 야당에 공세의 빌미만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사태 예의주시하는 청와대 반응은 자제
입력 2015-07-20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