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닝에게 평생 잊을 수 없을 아찔한 순간은 19일(현지시간) 남아공 제프리스베이에서 열린 세계서핑리그(World Surf League) 마지막 경기에서 발생했다. 서핑보드에 몸을 걸치고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패닝은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상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상어는 패닝보다 몸집이 컸다. 패닝의 신장은 178㎝다. 수면 위로 나온 패닝의 머리부터 가슴팍까지의 길이보다 상어의 등지느러미가 길었다. 패닝은 수영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영으로는 상어를 따돌릴 수 없다고 자각한 듯 물 속으로 주먹을 두 차례 내리쳐 반격을 가했다.
패닝과 상어의 싸움은 생중계되고 있었다. 상어의 등지느러미는 패닝의 주먹질 이후로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패닝의 반격에 놀라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 패닝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핑보드를 끌어안고 발장구를 치며 탈출을 시도했다. 잠시 뒤 나타난 진행요원의 모터보트에 의해 구조됐다.
패닝은 발바닥이 찢어진 상처를 제외하고는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변으로 이동한 뒤 안도감이 몰려온 듯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와 관객들은 그런 패닝에게 박수를 보냈다. 패닝은 세계서핑리그 3관왕의 베테랑이지만 상어와의 대결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패닝을 응원했다. 패닝의 트위터에는 “상어와 복싱해서 이긴 사람을 처음 봤다” “복싱이나 종합격투기 선수로 전직해도 성공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채널에 당신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멘션이 달렸다. 한 네티즌은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에서 강력한 주먹으로 살아났다. 평소 단련하지 않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제프리스베이는 남아공 남부 해안도시다. 바다를 건너면 남극이 나오는 아프리카 남단 해안도시들 가운데 하나로, 상어의 출몰이 많다. 세계서핑리그 일정은 상어의 습격으로 일시 중단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