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산다는 것…1분 지각에 시급 30분 깎아

입력 2015-07-20 11:04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덤으로 푸대접까지 받는다.

20일 조선일보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을 모아 보도했다. 여러 분야의 갑질을 접한 많은 누리꾼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밝히며 큰 호응을 보냈다.

첫 번째 사례로 서울의 한 사립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지방의 한 시립합창단원으로 일하는 임승희(가명)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임씨는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수년째 일하고 있지만 월급은 12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그가 받는 금액은 이보다 20만~30만원이 적다.

임씨는 “예술계는 어렵고 시립합창단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은 적다”며 “사실상 단원들이 표를 강제로 팔아야 하는데, 한 달에 보통 월급의 3분의 1(40만원)은 내 돈 주고 표를 사 반 정도 싸게 팔고 나머지는 공짜로 표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격년으로 재계약하는 임씨 같은 비정규직들에겐 '노래 실력보다 표를 몇 장 팔았느냐'가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부족한 생활비는 객원 성악가로 뛰며 근근이 충당한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사례로 소개한 식당 사장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갑질은 같은 경험을 한 많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김모씨는 취업난에 생활비라도 벌기 위해 7개월째 시급 6000원에 하루 7시간(일주일 3번)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엔 서빙만 하는 줄 알았는데, 사장은 청소·설거지 등 다른 잡무도 시켰다.

김씨는 그래도 돈을 제대로 주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생각이었으나 이달 중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그는 “어느 날 1분 늦게 출근하자 사장이 '1분 늦을 때마다 30분치 시급 깎는 거 알지? 너 오늘 시급 3000원 깎는다'라고 했다”며 “30분 더 일하면 초과수당은 절대 안 주면서 이렇게 마구 대하는데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은 고용주뿐 아니라 정규직 직원들의 횡포도 못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비정규직(간호조무사)으로 일하는 손지영(가명)씨는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안과·내과 등 과마다 정규직들은 일부이고,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며 “그런데 비정규직을 하인 부리듯 하고, 심지어 야근 수당까지 정규직들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밝혔다.

오후 6시를 넘어 근무할 경우 추가 수당 지급을 10분 단위로 할지, 30분 단위로 할지 결정을 정규직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으나 정규직 간호사와 면담한 자리에서 퇴직을 결심하게 됐다.

정규직 간호사는 "네가 나가 봤자 무얼 할 수 있겠냐"는 모욕적인 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손씨는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퇴사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사장:9시1분도 지각입니다, 직원:6시1분도 야근입니다” “정규직으로 일해도 회사는 같다. 야근수당도 안주거나 일부만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회사 얘기네. 지문체크 방식으로 출근 1분이라도 늦게 찍으면 30분 차감. 퇴근시간 59분 연장까지는 열정패이 ㅠㅠ 주임 대리급은 당연한 봉사성 연장근무로 일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라네. 나름 대기업이 이지경인데 중소기업은 어떻겠냐”라며 성토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