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우승 최운정, 캐디아빠와 일군 첫 승 "이제 좀 쉬시도록 해야죠"

입력 2015-07-20 08:56

“이제는 좀 쉬게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에서 장하나(23·비씨카드)를 연장전 끝에 꺾고 우승한 최운정(25·볼빅)은 아버지(최지연 씨)가 캐디를 맡아 무려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찰관 출신인 아버지는 딸이 2부 투어에서 뛸 때인 2008년부터 백을 멨다. 최운정이 첫 우승을 할 때까지만 하겠다고 한 것이 8년이나 됐다.

2009년부터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최운정은 이번 대회 전까지 156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준우승만 세 번 했다.

최운정은 첫 우승을 차지한 뒤 LPGA 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주위에서는 ‘(전문 캐디가 아닌) 아빠가 캐디를 해서 우승을 못 하는 것’이라고도 했지만 오늘 아빠가 옆에서 ‘참고 기다리라’며 조급해하지 않도록 도와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기자회견장에서 내가 ‘첫 승을 할 때까지 아빠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최지연(56) 씨도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제 (최)운정이도 골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행복해했다.

최운정은 “아버지도 내가 우승을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 하기도 하시고 ‘다른 캐디와도 해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며 “첫 우승까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모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쉬게 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앞으로 2개 대회 숙소 예약을 마쳤기 때문에 일단 두 개 대회는 계속 아빠와 함께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을 차지한 뒤 아버지와 함께 “엄청 울었다”는 최운정은 "특히 18번 홀 2.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기고 무척 긴장이 됐지만 오늘은 계속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연습한대로 자신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승하면 하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아빠를 안아드리고 싶었다”면서 “일단 첫 승을 했으니 2승, 3승째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